증권 증권일반

길 잃은 동학개미, '증권형 토큰'에 지갑 연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24 15:50

수정 2023.01.24 15:50

증권형토큰 발행 허용.. 내달 가이드라인
새롭게 열린 시장, 개인들 선매수 움직임
금융당국이 증권형 토큰(STO) 발행을 전면 허용하면서 제도화에 탄력이 붙고 있다. 사진은 비트코인 /뉴스1
금융당국이 증권형 토큰(STO) 발행을 전면 허용하면서 제도화에 탄력이 붙고 있다. 사진은 비트코인 /뉴스1

[파이낸셜뉴스] 국내 금융시장에서 증권형토큰(Security Token, STO)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자본시장 제도권 안에서 증권형토큰의 발행을 전면 허용하면서부터다.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새롭게 개화하는 시장이라는 점에서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선매수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제6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스1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제6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스1
새롭게 열린 증권형토큰 시대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열린 제6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규제혁신 안건 중 △토큰 증권 발행 △유통 규율 체계를 의결했다. 이는 기존 샌드박스 신청과 인가를 통해서만 가능했던 증권형토큰 시장의 본격적인 개화를 의미한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2월 초 발표될 예정이다.

증권형토큰의 발행이 사실상 금융당국으로부터 전면 허용되면서 새로운 시장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증권형토큰은 지난 2017~2018년 이더리움의 가격 상승 등으로 가상자산공개(ICO)에 대한 관심 및 사례가 늘어나면서 관련 용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법적 규제 공백 속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면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를 규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번 규제 혁신안으로 가장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곳은 카사, 비브릭, 테사, 펀블 등 증권형토큰 플랫폼으로 꼽힌다. 샌드박스 4년(유지 2년, 재심사 후 2년 유지) 제한이 없어지는 동시에 금융위가 제시한 요건을 갖추면 증권사를 통하지 않고 증권형토큰을 단독으로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블록체인 개발사 또한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예탁결제원이 블록체인을 직접 구축하는 경우, 입찰한 용역 사업자에 선정된 일부 업체에 관심이 쏠린다. 각 증권사마다 블록체인을 개발하는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블록체인 개발사들의 수혜 정도가 커질 전망이다.

증권형토큰이 기존 자금 조달 방식과 유사한 측면도 있지만 ICO와 비교했을 때 시간과 비용이 절감된다는 점과 자산의 지분을 나눠 팔 수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공시, 불공정거래와 같은 규제의 적용을 받는다는 점도 법적 보호 장치 측면에서 이점이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융위의 증권형토큰 가이드라인이 발표된다면 국내 증권형토큰의 범위나 증권성 판단 기준 등이 이전보다 명확해질 것"이라며 "이는 디지털 자산시장의 성장성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PO·STO·ICO 비교 /그래픽=정기현 기자
IPO·STO·ICO 비교 /그래픽=정기현 기자


증권사 "새 비즈니스 모델, 환영"

기존 유동화가 어려운 자산의 토큰화가 가능해지면서 증권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추가됐다는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증권형토큰을 통한 자금 조달 수요가 증가할 수 있어 리테일 기반의 증권사가 시장 선점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증권형토큰 플랫폼을 보유한 증권사는 장외거래 등으로 수수료 확보도 가능해진다. 이전부터 증권형토큰이 허용된 일본의 경우 SBI, 미즈호그룹 등 금융사들이 자금 조달 및 자산 유동화에 증권형토큰을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의 변화도 가능하다. 증권형토큰은 부동산 소유자가 부채 없이 부동산 지분을 거래할 수 있게 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는 대출이 아닌 매매의 형태로 대출 없는 현금 확보가 가능해짐을 의미한다.

김세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기관이 대출에 대한 규제를 우회할 트리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라며 "특히 현 부동산 가격에 대한 부담과 경제적 여건으로 부동산에 투자가 어려운 MZ세대의 투자심리와 경제적 여건에 부합해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관련 주가에 긍정적 기대

시장 참여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증권형토큰 수혜주 옥석가리기에 나섰다.

우리기술투자는 지난 20일 증권형토큰 전면 허용 소식에 장중 주가가 9.33%까지 상승했다. 이 회사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인 두나무 자회사 람다256에 지분 투자를 하는 등 증권형토큰 플랫폼 연관 기업에 다수 지분 투자를 해뒀다. 특히 개인은 지난 13일부터 6거래일 간 우리기술투자에 대한 연속 순매수에 나서며 이 같은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기관 역시 지난 18일 이 회사에 대해 매수우위로 전환해 3거래일 연속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앞서 꾸준히 가상자산거래소 투자와 대체불가능토큰(NFT), 메타버스 등 신사업에 나선 한국토지신탁 역시 증권형토큰 수혜주로 분류되며 올 들어 개인 순매수세에 따른 뚜렷한 우상향 추세를 그리고 있다.

증권형토큰 활용 기대감을 모으는 키움증권, SK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증권주에도 개인 순매수세가 확산세다.

키움증권은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도 지난 17일 장중 10만3500원까지 주가가 치솟으며 지난해 초 고점 수준을 회복했다.
한화투자증권과 SK증권은 외국인, 기관 순매수세까지 몰리며 연초 저점 대비 각각 39.17%, 17.54% 올라 거래 중이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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