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맞아 北에 이산가족 상봉 등 대화 촉구...북한 무반응
9.19 합의 상설면회소 개소 등 남북 상봉 행사 5년째 중단
9.19 합의 상설면회소 개소 등 남북 상봉 행사 5년째 중단
정부는 설 명절을 맞아 또다시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 등을 위한 대화를 촉구했지만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5년 가까이 중단된 가운데 상봉 신청자들이 고령으로 사망하면서 생존자 비율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 한 해 동안 남한에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가운데 사망자는 모두 3647명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말 기준 한국 내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총 13만3천675명 가운데 생존자는 31.8%인 4만2천624명으로 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넘으면서 고령으로 사망하는 이산가족 1세대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생존한 신청자들은 연령대별로 90세 이상이 전체의 28.5%, 80대가 37.1%, 70대는 19.2%, 60대 9.3% 그리고 59세 이하는 6% 정도로 집계됐다.
북한에도 많은 수의 이산가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열악한 북한의 의료 인프라와 낮은 평균수명 등을 고려할 때 상당수가 끝내 헤어진 가족과 재회도 못 한 채 생을 마감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목표와는 별개로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지난해 9월 추석 직전 담화를 통해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당국간 회담을 제안했다.
설날인 22일 김기웅 통일부 차관도 경기도 파주 임진각 망배단에서 열린 망향경모제에 참석해 “이산가족 당국 회담 제의를 포함해 한국 정부의 모든 제의는 유효하고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강조했지만 북한은 이 같은 제안에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북중 국경 통제가 강화되고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북중 국경을 통한 인적 왕래가 차단되면서 이 같은 민간 차원의 이산가족 만남 또는 연락 수단은모두 막힌 상태다.
특히 최근 북한 내부에선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평양문화어보호법 등을 채택하면서 외부 문물 유입을 차단하고 사상통제를 강화하는 흐름에 비추어 북한 당국이 이산가족 만남을 포함해 주민들의 외부 사회와의 일체의 접촉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이산가족 상봉의 본질이 일회성 만남이 아니라 가족의 재결합과 가족관계 회복에 있다고 강조하면서 이산가족 문제 해결은 이미 늦은 셈이지만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1970년대 초 남북한 간 분단 후 첫 대화도 이산가족 문제에 관한 적십자회담이었으며,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은 2000년 8월 처음 시작돼 2018년 8월까지 총 21차례 열린 바 있다.
그러나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2018년 9.19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했던 상설면회소 개소와 화상 상봉, 영상 편지 교환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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