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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대신 기술로 승부" K건설, 해외수주 확대 정조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25 18:21

수정 2023.01.25 18:21

세계시장 점유율 5%대 머물러
가격경쟁력 높은 중국에 밀린탓
투자시행·원천기술 개발·PM 등
고부가가치 사업 전략 내세워야
"가격 대신 기술로 승부" K건설, 해외수주 확대 정조준

K건설이 고부가가치 해외수주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따돌리면서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로 수주 확대에 나서고 있다. 단순 시공을 넘어 채산성이 높은 투자·시행, 원천기술 등 기술력이 요구되는 신사업 수주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25일 미국 건설 전문지 엔지니어링 뉴스 레코드(ENR)에 따르면 전 세계 건설시장에서 우리나라 건설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21년 기준 5.7%를 기록했다. 3년 전인 2018년 점유율은 6.0%로 3년새 0.3%p 감소한 수치다.


반면, 중국 건설사들의 매출 점유율은 상승세를 걷고 있다. 글로벌 도급순위 상위 250개사 기준 지난 2021년 중국 건설사의 매출 점유율은 28.4%이다. 2018년 24.5%에 이어 2019년 25.4%, 2020년 25.6% 등 매년 세계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저렴한 인건비를 내세운 가격경쟁력이 주된 동력이다.

손태홍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건설사의 해외시장 위치는 기술력으로 보면 미국 등 선두 그룹과 중국 등 후발 그룹의 사이"라며 "가격경쟁력이 후발 그룹보다 약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수주경쟁력을 위해 한단계 도약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잘해오던 설계·조달·시공(EPC)을 넘어서는 사업 확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는 기술 기반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투자·시행, 원천기술 개발, 사업관리(PM) 등을 꼽고 있다.

실제 투자·시행을 담당하는 개발(디벨로퍼) 분야에서는 DL이앤씨·SK에코플랜트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양사가 손잡은 터키 차나칼레 대교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3월 준공한 터키 차나칼레 대교는 양사가 12년간 운영해 수익을 낸 뒤 현지 정부에 소유권을 이관하는 건설·운영·양도(BOT) 사업이다. 또 주탑과 주탑 사이 거리(2.023㎞)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이다. 국내 건설사가 해외 시장에서 사업 발굴, 금융조달, 시공, 운영까지 총괄한 사례다.

플랜트 사업을 통해 원천기술 확보에 나선 곳도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2020년 나이지리아 LNG(액화천연가스) 액화플랜트 사업을 이탈리아 사이펜 사와 함께 수주한 이후 관련 원천 기술을 확보 중이다. LNG 액화플랜트는 천연가스에서 물, 황화수소 등 기타 성분을 제거해 LNG를 생산하는 시설로 원천 기술은 서구권 일부 업체만 보유 중이다. 대우건설은 나이지리아에서 구축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원천 기술을 보유한 사이펜과 함께 LNG 액화플랜트 사업을 시공 중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원청사의 지위에서 시공 중인 만큼 사이펜 사가 가진 LNG 액화플랜트 관련 원천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 시공 분야에서도 기술 기반 수주가 확대되고 있다. 쌍용건설의 싱가포르 남북 도심 지하 고속도로 공사가 대표적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시공사의 기술력, 경영평가 등 비가격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수주할 수 있었다"며 "저가 수주로만 경쟁하는 가격입찰이 아닌 시공능력 등에 필요한 기술참여형 입찰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가격경쟁력보다 기술력 등으로 승부하는 고부가가치 사업 해외수주에 집중하고 있다"며 "올해 국내 건설경기침체로 이 같은 기류는 더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고부가가치 사업인 PM 부문의 해외진출은 해외 선두기업들의 사실상 독점체제로 더딘 것으로 전해졌다.

손 연구위원은 "PM은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의 벡텔 등 선두 기업이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건설사들도 PM 역량은 가지고 있지만 펼쳐 볼 기회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국내에서 PM 수주이력을 쌓을 수 있도록 해 해외시장 진출을 도울 것"이라며 "일부 공공사업에 민간 건설사의 PM 진출을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heath@fnnews.com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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