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이르면 올해부터 생산직(현장직)에 대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그동안 에쓰오일이 생산직 가운데 6개월 이상 장기 병가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은 적은 있었지만 생산직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건 처음이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통상적으로 5월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6월 말 퇴사를 진행했던 사무직의 전례를 따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신청 대상은 만 55세 이상, 근속연수 20년 이상인 생산직 직원이다.
생산직 희망퇴직 요구는 그동안 현장직 노조 조합원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사무직 희망퇴직이 도입된 2020년 5월 이후부터 생산직 확대 목소리가 커졌다. 이후 지난해 12월 28일 타결된 ‘2023년 임단협’에서 구체화됐다. 노조 측은 ‘사무직에만 희망퇴직을 받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생산직 노조 측은 당초 사무직과 동일한 조건을 제시했다. 사무직 희망퇴직 대상자는 만 50세 이상, 근속연수 15년 이상인 임직원이다. 하지만 회사 측은 현장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협의 끝에 신청 대상 나이와 근속연수를 각각 5년씩 상향했다.
이번 생산직 희망퇴직자들은 사무직처럼 퇴직금 외에 위로금 형식의 금액을 보전 받게 된다. 위로금은 퇴직일을 기준으로 만 55세인 직원은 기본급의 60개월을 일괄 지급받고, 56세 이상은 보전 받는 기본급이 일정 부분 줄어드는 방식으로 지급된다.
현재 일부 에쓰오일 생산직들은 희망퇴직 신청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에쓰오일 생산직 희망퇴직이 처음이라 얼마나 신청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사무직 희망퇴직을 시행한 첫 해에도 신청자가 상당수였던 점을 감안하면 적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는 에쓰오일을 시작으로 희망퇴직 열풍이 정유업계 전반으로 퍼질지 주목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5년, 현대오일뱅크는 2016년, GS칼텍스는 2019년에 각각 일정 조건을 걸고 희망퇴직을 받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낸 정유사들이 경기침체 등에 대비해 몸집 줄이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에쓰오일은 이번 생산직 희망퇴직 신청이 ‘구조조정’ 차원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생산직 직원에 대한 희망퇴직 기회를 제공키로 한 바 있으나 올해 시행 여부는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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