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뉴스1) 배수아 유재규 허진실 기자 = 지역 내 범죄자들과 긴밀히 유착해 지위와 권한을 남용하고 각종 비리를 저지르는 등 비위행위를 한 경찰관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지거나 징역형이 선고됐다. 경찰이 지역 업체에게 골프회원권과 한우를 받고, 부하 여경을 성추행하는 등 경찰 내 기강해이와 성윤리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서산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용찬)는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A경감에게 징역 3년에 추징금 2097만8000원을, 공무상비밀누설·직무유기 혐의를 받는 B경감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A경감은 지난 2020∼2021년, 지역 업체 대관 부서 관계자들에게 골프회원권·한우 등 2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정보계장으로 일하면서는 노사분규, 안전 사고 관련 민원이 빈번한 해당 업체에게 집회와 시위 현장 관리에 관한 편의도 제공했다.
A경감은 또 2021년 3월에서 8월 사이 행정법률사무소 소장에게 음주운전 단속, 폭행 사건에 대한 청탁을 받고 선처를 도운 대가로 100만원을 받기도 했다.
B경감은 2020년 12월, 동일한 행정사무소 소장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종결했다. 심지어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한다는 정보도 소장에게 전해줬다.
경기도에서도 부하 여경을 성추행하거나 성매매 업주의 뒤를 봐주고 도박장 관리책에게 수사기밀을 유출하는 등 경찰의 기강은 실종된 모습이었다.
경기지역 모 경찰서 소속 C경감은 지난해 8월 지인과 가진 술자리에서 부하 여경을 성추행하고 주거지를 찾아가 여러 차례 현관 인터폰으로 연락해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25일에는 경기지역 내 경찰관 4명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잇따라 구속기소됐다.
경기지역 모 경찰서 소속 여성청소년수사팀 D경위는 2019년 10월~2020년 1월, 평택역 일대 일명 집창촌 협회장이라 불리는 한 성매매 업주의 요구를 받고 동료 경찰관에게 사건 편의를 청탁하는 대가로 4차례에 걸쳐 3000만원을 받았다. D경위는 심지어 업소를 경찰에 신고한 신고자의 연락처까지 업주에게 알려줬다.
E경위는 2021년 6월 소속 경찰서 강력팀이 성매매 업소에 대한 수사를 개시하자 이에 대한 정보를 해당 업소 업주에게 알려주고 바지사장을 실제 업주인척 속여 수사했다.
이밖에도 불법 도박장 관련 수사 정보를 도박장 관리책임자에게 귀띔한 경사와 경위 등 경찰관 2명도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이 독자적 수사 개시권과 종결권을 갖는 등 수사권을 거의 독식하면서, 거대한 권한에 대해 우려했던 결과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경찰의 힘이 세지면 적절히 견제하는 국가권력이 있어야 하는데 최근 몇년간 검찰도 제대로 일을 안한 탓"이라며 "국가 사법정의의 중추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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