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인출수수료 약속 받고 남의 카드 보관…대법 "처벌 대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27 07:59

수정 2023.01.27 07:59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파이낸셜뉴스] 보이스피싱 등 범죄임을 인지하고 피해금 인출을 돕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기로 약속 받은 뒤, 남의 체크카드를 넘겨받았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사기와 횡령,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2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9월 어떤 인물로부터 대가를 약속받고 타인의 체크타드 2장을 받아 돈을 인출해주주고 수수료로 인출금액의 10%를 받기로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런데 이 체크카드는 경찰의 '함정수사'로 범행 제보를 받은 경찰이 마련해 돈을 넣어준 것이었다.

이 사건은 인출 대가를 약속받고 접근 매체(카드)를 보관하는 상태가 전자금융거래법 상 '대가를 약속받은 경우'에 포함되는지 등이 쟁점이었다.
전자금융거래법은 대가를 약속받고 접근 매체를 받거나, 보관·전달하는 행위, 범죄 이용을 알면서 접근 매체를 보관 등을 해도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1심은 A씨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무죄로 뒤집었다. A씨 행위는 '인출 대가'로 수수료를 받은 것일 뿐, '보관 행위의 대가'로 볼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실제로 범죄에 쓰인 카드로 아니어서 '범죄에 이용할 목적'이 없었다는 A씨 주장도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범죄 목적은 '내심의 의사'로 접근매체(카드)를 보관하는 행위를 할 때, A씨가 가지고 있던 주관적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거래 상대방이 이를 범죄에 이용할 의사가 있었는지 또는 A씨가 인식한 것과 같은 범죄가 실행됐는지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도 지적했다.

즉, 체크카드가 불법 행위에 쓰일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수거책을 맡은 만큼, 그 범죄가 실제로 일어났든 아니든 범죄 목적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A씨는 타인 명의 금융계좌에서 범죄로 인한 피해금을 인출해 주는 일을 하고 수수료를 받기로 약속한 후 그 금융계좌에 연결된 접근매체를 전달받아 보관한 것으로, 대가를 수수하기로 약속함과 동시에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접근매체를 보관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라며 "A씨가 받기로 한 수수료가 보관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대가가 아니라거나 실제로는 그 체크카드를 이용한 범죄가 현실화될 수 없다는 이유로 '대가관계'나 '범죄 이용 목적'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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