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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라돈침대 사태' 5년…'안전 인증' 없어도 안전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15 05:00

수정 2023.02.17 16:00


지난 2018년 10월 '라돈침대 사태'로 충남 당진시 당진 동부항만 야적장에서 보관돼 있던 라돈검출 매트리스가 운반차량에 옮겨지고 있다. /뉴스1
지난 2018년 10월 '라돈침대 사태'로 충남 당진시 당진 동부항만 야적장에서 보관돼 있던 라돈검출 매트리스가 운반차량에 옮겨지고 있다. /뉴스1

라돈침대 사태가 발생한 지난 2018년 충남 천안 대진침대 본사에서 라돈침대 매트리스 해체 작업이 진행돼 매트리스들이 쌓여있는 모습. /뉴시스
라돈침대 사태가 발생한 지난 2018년 충남 천안 대진침대 본사에서 라돈침대 매트리스 해체 작업이 진행돼 매트리스들이 쌓여있는 모습. /뉴시스

지난 2018년 5월, 대진침대 매트리스에서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되며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시 '라돈침대 사태'를 촉발시킨 대진침대는 현재 사실상 폐업 수준이다. 이후 침대 업계에서는 관련 인증을 취득하며 제품 안전성을 입증하고 나서는 듯했다.

하지만 라돈침대 사태 5주년이 된 현재, 그 날의 공포가 무색하게 라돈 침대에 대한 경각심은 옅어지고 있다.

15일 파이낸셜뉴스가 국내 침대업계 라돈 안전성 인증 현황을 살펴본 결과, 대부분 업체에서 관련 인증 취득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업체는 인증을 취득·갱신하지 않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시험성적서만 받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인증 당시와 현재 제품과 소재의 변동이 없었기 때문에 인증을 갱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업체들의 주장대로 인증 갱신을 하지 않아도 정말 안전한지를 따져봤다.

라돈침대 사태 이후 5년, 안전불감증 우려

2018년 5월, '음이온 파우더'가 들어간 대진침대의 매트리스 제품에서 라돈이 상당량 검출됐다. 라돈은 기체 상태의 방사성 물질이며,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폐암의 주요 발병 원인 중 하나로 정의하고 있다. 국제암연구기구(IARC)는 라돈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해 흡연, 석면, 벤젠 등 주요 유해물질과 같은 등급으로 관리하고 있다.

사태 이후 한국표준협회에서는 연세대학교 라돈안전센터와 손잡고 라돈안전 평가모델(RnS) '라돈안전 (공간·제품) 인증'을 개발했다. 이는 국민이 이용하는 실내 공간 및 제품에 대해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라돈 안전 평가결과를 제시함으로써 건강하고 안전한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고,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과 생활 방사선으로부터의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엄격한 평가 과정을 실행해 통과한 공간과 제품에만 '라돈안전인증'을 수여하고 있으며, 인증은 매년 갱신한다. 해당 인증은 라돈 방출량 결과가 라돈안전 인증 허용 기준치 이내로 측정될 경우 부여된다. 또 제품의 경우 생산업체의 경영자 인식, 조직 및 자원관리, 자재관리, 운영관리 등을 종합 평가해 안전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판정 받아야 한다.

한국표준협회 관계자는 "협회의 라돈안전인증 제도는 국제기준보다 강화된 인증 기준을 가지고 심사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제품을 안심하고 구매하는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라돈안전 제품인증
라돈안전 제품인증


토론안전[제품]인증
토론안전[제품]인증
매년 인증 업체는 시몬스·씰리침대 2곳뿐

라돈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자 경쟁적으로 안전(제품) 인증 획득에 나섰던 침대 업체들은 5년이 지난 현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안전 검증을 외면하고 있다.

국내 주요 침대 업체를 조사한 결과, 매년 라돈 안전(제품) 인증을 하는 기업은 시몬스침대와 씰리침대 단 2곳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몬스침대는 매년 시판되는 전 제품에 라돈안전(제품) 인증을 갱신하고 있다. 아울러 라돈과 유사한 발암물질인 '토론'에 대해서도 안전제품 인증을 획득하고 있다. 시몬스침대 관계자는 "라돈 사태 당시, 경기도 이천의 연구개발(R&D) 센터 및 생산공정인 '시몬스 팩토리움'을 언론에 공개하며 '라돈 프리'를 입증한 바 있다"면서 "건강하고 안전한 숙면을 위해 매년 관련 인증을 갱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씰리 침대도 매년 라돈안전(제품)인증을 갱신하고 있다. 다만 전 제품 중 절반 가량에 대해서만 받고 있다. 씰리 관계자는 "주력 제품 위주로 라돈안전(제품)인증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나머지 제품에 대해서도 자체적으로 엄격한 라돈 검증을 할 뿐 아니라 주력 제품과 동일한 기준의 재질을 사용하며 전체 검사를 받지 않아도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침대업체 라돈안전 제품인증 현황 /그래픽=정기현 기자
침대업체 라돈안전 제품인증 현황 /그래픽=정기현 기자
대다수 업체 '인증'보다 '시험성적서'로 대체

하지만 대다수 업체들은 안전성 검증 방법과 주기가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스침대는 2021년 10월 이후 라돈안전(제품)인증 갱신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에이스침대 관계자는 "라돈 안전 인증 종료 후에도 매트리스 소재 및 내장재는 기존과 동일하며 라돈 안전 기준치 이하의 수치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자가 원할 시 소비자보호팀이 출장 방문해 제품의 라돈 수치를 측정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돈안전(제품) 인증 자체를 하지 않은 곳도 많았다.

에넥스는 온라인 판매하는 매트리스에 대해 국제공인시험기관인 한일원자력, 한국표준협회와 연세대 라돈안전센터에서 시험성적서를 매년 갱신하고 있다. 소노시즌은 지난해 11월 한일원자력으로부터 라돈 및 토론 시험성적서를 받았다. 라돈 안전성 인증과 관련, 2020년 독일의 라돈 전문 인증기관인 라돈텍(RADONTEC)으로부터 라돈 프리(Free)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소노시즌 관계자는 "라돈 인증을 매년 갱신하지는 않고 있다"면서 "해당 인증에 유효기간이 별도로 없고 소노시즌이 2020년 론칭한 신생 브랜드라 인증을 획득한 연차가 길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템퍼코리아는 전제품에 적용되는 소재가 덴마크에서 생산됨에 따라 주로 유럽의 품질 및 안전기준을 따르고 있다. 템퍼코리아 관계자는 "2018년 템퍼코리아 매트리스 전 제품과 전용 커버 제품을 대상으로 라돈 안전검증을 받았고, 시험 결과 높은 안전성이 입증됐다"면서 "해당 시험 이후 제품이나 소재의 변동이 없었기에 갱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21년 5월 라돈침대 피해자 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라돈침대 환경보건사건 발생 3년째를 맞아 피해조사 및 대책요구 기자회견'을 하며 건강피해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21년 5월 라돈침대 피해자 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라돈침대 환경보건사건 발생 3년째를 맞아 피해조사 및 대책요구 기자회견'을 하며 건강피해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21년 5월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라돈침대 환경보건사건 발생 3년 피해조사 및 대책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021년 5월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라돈침대 환경보건사건 발생 3년 피해조사 및 대책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시험성적서 아닌 인증 매년 갱신해야"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험성적서가 아닌 인증을 매년 갱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승연 연세대 라돈안전센터 교수는 "업체에서 '인증'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쓰면 안된다"면서 "인증을 받은 것과 시험성적서를 받은 것은 다르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인증 제도를 개발하기 위해선 수많은 노력과 함께 많은 심사인력들의 측정과 평가 등 복잡한 프로세스를 거쳐서 인증이 부여된다"면서 "간단히 실험실에서 시험성적서만 발급된 것을 두고 '인증'을 받았다고 하는 건 문제가 있다. 어떻게 보면 불법이라고도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증 기관으로 등록되지도 않은 곳에서 인증을 부여하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일부 업체가 라돈 시험성적서를 발급받은 한일원자력도 인증기관이 아니라 라돈 수치를 측정하는 기관이다.

소재나 제품에 변동이 없었다는 이유로 라돈안전(제품)인증을 갱신하지 않는 경우도 문제다. 조 교수는 "식품에도 유통기한이 있듯 라돈안전(제품)인증에도 유효기간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표준협회는 라돈안전(제품)인증 유효기간을 1년으로 정해두고 있다.

다만 라돈에 대해 지나치게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최성민 KAIST 교수는 "라돈에 대해 경각심은 가져야하지만 무조건적으로 공포심만 조성할 일은 아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라돈은 자연에서 발생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일상 생활 속에서도 가스 형태로 존재한다"면서 "방사선 물질이 검출됐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양이 얼마나 되느냐를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안전성 기준 마련 시급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품의 라돈 안전성을 보장하는 정부 차원의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업체가 침대와 매트리스 등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라돈 안전성 인증 시스템은 전무한 실정이다.

환경부는 '실내 공기 중 라돈에 대한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안전기준 준수 대상 품목 중 침대, 매트리스에 대해 자율인증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방사선 관련 시스템은 마련돼있지 않다.

원안위에도 제품 안전 검증성에 필요한 라돈 안전 인증 시스템은 없다.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국가 차원에서 라돈 대책을 수립하고 지속적인 관리를 하고 있어 우리나라와 대조적이다.

미국은 1970년 미국 환경보호청(EPA)을 설치해 대기, 물, 소음, 폐기물, 유해물질, 방사성물질 등 6개 분야에 관한 공해 방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EPA는 특히 라돈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라돈과 관련된 정보를 EAP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으며, '라돈에 대한 시민안내서'를 발간해 배포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2011년에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연방 라돈 실행계획'을 만들고 2015년에 '국가 라돈 실행계획'으로 확대해 관리하고 있다.


아울러 영국은 방사선 방호위원회에서 라돈 측정 및 분석·교육을 통합 관리하고 있으며, 스위스는 '국가 라돈 관리대책'을 수립해 생활 방사선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ju0@fnnews.com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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