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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학상 대상’ 최진영 "오랫동안 꿈꾸면 기억이 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27 14:15

수정 2023.01.27 14:15

2023년 제46회 대상에 최진영 작가 '홈 스위트 홈'
27일 열린 이상문학상 수상작 발표 기자가담회에서 올해 대상 수상작 '홈 스위트 홈'의 작가 최진영(가운데)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이환주 기자
27일 열린 이상문학상 수상작 발표 기자가담회에서 올해 대상 수상작 '홈 스위트 홈'의 작가 최진영(가운데)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오랫동안 꿈꾸면 기억이 됩니다. 기억이 된 미래는 마침내 나타납니다."

2023년 문학사상이 주관하는 제46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홈 스위트 홈'의 최진영 작가는 이 같은 수상 소감을 밝혔다. '홈 스위트 홈'은 집, 시간, 기억, 소망, 그리고 사랑에 대한 소설이다.

최초의 경험인데도 불구하고, 과거에 이와 같은 경험이 있었던 것처럼 생각되는 '데자뷰'처럼 작가는 간절한 바람은 '기억'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최진영 작가는 수상 소감으로 "아직 비현실적이고 어리둥절하다"며 "언제나 응원하는 작가들이 받아온 상이라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27일 서울 달개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권영민 문학사상 편집주간은 "이 소설은 삶과 죽음의 문제, 기억과 공간의 문제를 보다 차원높은 존재론적인 의미까지도 생각할 수 있게 끌어올리고, 인간의 삶을 바라보는 긍정적 시각과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홈 스위트 홈'은 온전한 자신의 집을 갖지 못한 채 살아온 화자가 말기 암 진단을 받은 후 얻은 폐가를 자기만을 위한 공간으로 고쳐 현재의 삶에 충실하려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소설 속 화자는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무언가가 폭발해 파편적으로 공존한다고 믿는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속에서도 화자는 비 오는 날 부추전을 만들어 먹을 거라는 미래를 기억(소망)하면서, 폐가를 수리해 나간다.

줄거리는 론다번의 '시크릿',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등의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시크릿'은 간절히 원하는 소망은 온 우자가 도와준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SF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영화 '컨택트'의 원작으로 사용하는 언어 체계(의식 체계)에 따라 시간이 선형적으로 흐르는 것이 아닌 동시에 존재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최진영 작가는 작품을 쓰기전 읽거나 본 작품으로 조한진 작가의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시사IN의 기획시리즈 '죽음의 미래', 다큐멘터리 '엔드 게임: 생이 끝나갈 때' 등을 언급했다.

그는 "여기에 쓰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지금까지 읽어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소설들, 시, 물리학 서적들이 결국에는 제가 쓴 문장들을 만들어 낸 것"이라며 "모든 것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진영 작가는 1981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6년 '실천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팽이', '겨울방학', '일주일'이, 장편소설로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구의 증명', '해가 지는 곳으로' 등이 있다.

이번 46회 이상문학상은 2022년 1월부터 12월까지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모든 중·단편 소설을 대상으로 심사했다. 약 200여 편의 작품 가운데 16편이 본심에 올랐다. 대상에는 '홈 스위트 홈'이 우수작 5편에는 김기태 '세상 모든 바다', 박서련 '나, 나, 마들렌', 서성란 '내가 아직 조금 남아 있을 때', 이장욱 '크로캅', 최은미 '그곳' 등이 올랐다.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은 2월 중 발간 예정이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2020년 당시 저작권 파문을 둘러싼 문학사상의 해명도 있었다. 2020년 당시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자로 결정된 김금희, 최은영, 이기호 작가는 저작권을 일정 기간 양도하라는 출판사 요구를 문제 삼아 상을 거부했다.


이에 문학사상은 수상자 발표를 연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문제가 된 조항은 대상 수상작의 '저작권 3년 출판사 양도'에 관한 사항이었다.


임지현 문학사상 대표는 "그동안 관습과 타성에 의해 별 생각없이 유지해 왔던 계약조건들을 작가들의 이익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변경했다"며 "수상작에 대해 3년, 1년 등 저작권을 출판사에 양도하는 조항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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