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27일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을 2057년에서 2055년으로 2년 앞당긴 제5차 국민연금 재정 추계 시산(試算) 결과를 발표했다.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앞으로 18년 정도는 지출보다 수입이 많겠지만 2041년부터 적자가 발생해 2055년이면 기금이 완전히 소진된다는 것이다. 고령화와 물가 상승으로 수급액이 급속히 늘어나는 탓이다. 연금 개혁도 그만큼 급박해졌다.
국민연금 개혁은 국회와 정부가 동시에 방안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는 이달 말까지 개혁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특위는 권고안을 놓고 국민 여론을 수렴해 오는 4월까지 개혁안 초안을 낸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10월까지 초안을 바탕으로 개혁안을 마련하기로 돼 있다.
정부는 소득대체율이나 가입·수급 연령을 고정한 채 70년 후에 적립 배율 1배를 유지하기 위해선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2025년 17.86%로 인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민간자문위는 보험료율을 인상하자는 안과 소득대체율(2028년 40%)을 인상하고 그에 맞는 보험료율을 인상하자는 안을 함께 제시했다. 올해 만 63세, 2033년 기준 65세인 수급 연령을 67세 이후로 늦추거나 59세인 연금 의무가입 상한 연령을 올리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이날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소득대체율을 그대로 두더라도 현재의 거의 두 배나 되는 보험료를, 그것도 2년 후에 내야 한다. 시간이 매우 촉박하다. 전 정권들이 여론 눈치만 보면서 연금 개혁을 차일피일 미뤄온 결과다. 사실 정부가 10월까지 개혁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내년 초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총선이라는 큰 변수가 있다.
연금 개혁에 노조들이 연대해 거세게 저항하는 프랑스의 사례에서 보듯이 여론 합의는 쉬운 일이 아니다. 표를 의식한 여야가 개혁을 미적댈 가능성이 없지 않고 그러다 보면 개혁은 또다시 표류할 수 있다. 연금 개혁이 골든타임을 놓치면 국민 부담은 이날 발표보다 더욱더 커질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10월이 아니라 상반기에 정부 최종안을 내는 것으로 계획을 바꾸고 밤을 새워서라도 일정을 서둘러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인사처는 당초 2025년 예정이던 공무원연금 재정계산을 3년 앞당겨 올해 조기 착수하겠다고 이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공무원연금 개혁도 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개혁 과정을 보면 공무원연금 개혁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지난 1996년, 2000년, 2009년, 2015년 4차례 이뤄졌지만 개혁이 미진해 막대한 세금을 들여 적자를 메워주고 있다. 올해 예상되는 적자만 약 4조 7000억원이다. 공무원의 노후를 국민 전체가 책임지는 꼴이다. 국민연금 개혁만 서두르면서 공무원연금은 뒤로 미룬다면 국민들의 동의를 구할 명분이 없다. 특혜 논란을 부를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의 지휘 아래 주관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인사처는 대통령 임기 안에 연금 개혁을 완성한다는 각오로 개혁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기를 당부한다. 국민연금은 어느 세대가 손해 보는 일이 없도록 절묘한 타협안이 나와야 속히 합의에 이를 수 있다. 공무원연금은 공무원노조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지만 세금을 내어 연금을 보전해 주는 국민 전체의 의사가 먼저다. 노조의 집단이기주의는 국민 전체의 여론과 힘으로 물리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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