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메르세데스-벤츠가 올 후반 미국 일부 주에서 새로운 자율주행 기술 시스템이 장착된 자동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CNN은 27일(이하 현지시간) 벤츠가 시속 약 64km(40마일) 미만 속도가 나는 고속도로 정체 상황에서 운전자가 아예 손 놓고 있을 수 있는 자율주행 시스템인 '드라이브 파일럿' 시스템이 장착된 자동차를 올 후반 내놓는다고 보도했다.
현재 벤츠를 포함해 미국에서 판매되는 고급 자동차에 장착된 교통체증 지원 기능에서는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완전히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벤츠는 운전자가 운전에는 아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의 자율주행이 가능토록 할 계획이다.
다만 드라이브파일럿이 작동하더라도 교통 상황이 바뀌거나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에 운전자가 언제든 운전대를 잡을 준비는 하고 있어야 한다.
테슬라는 2단계, 벤츠는 3단계 자율주행
CNN에 따르면 벤츠의 드라이브파일럿은 자동차기술학회(SAE)가 규정한 '3단계 자동화' 시스템 범주에 들어간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제너럴모터스(GM)의 슈퍼크루즈, 포드의 블루크루즈는 '2단계 자동화' 시스템으로 분류되고 있다.
2단계 자동화에서는 자율주행 모드 기능이 제한적이다. 자동차가 특정 상황에서 알아서 제동·조향을 하지만 운전자가 늘 도로 상황에 주의를 기울여 언제든 브레이크를 밟거나 운전대를 틀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SAE에 따르면 그러나 3단계에서는 "이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는 동안에는 비록 운전석에 운전자가 앉아 있지만 운전할 필요는 없다."
3단계 자율주행 시스템이 가동되면 운전자는 운전석에 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영화를 볼 수도 있다.
이와 달리 테슬라가 이른바 '완전 자율주행(Full Self-Driving)' 기술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오토파일럿에서는 운전자가 차량 외부 상황에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벤츠 최고기술책임자(CTO) 마르쿠스 섀퍼는 "현대 세계에서는 시간이 가장 귀중한 상품(자원) 가운데 하나"라면서 "고객들에게 그들의 시간을 돌려주는 것이 세계에서 가장 갖고 싶은 차를 만드는 우리 전략의 근본 요소"라고 말했다.
벤츠에 따르면 현재 드라이브파일럿은 네바다주 자율주행 차량 교통 규정을 통과했고, 조만간 캘리포니아주에서도 면허를 딸 것으로 예상된다.
올 후반 미국에서 판매되는 2024년식 메르세데스 EQS, S클래스 모델에 적용된다.
그러나 모든 도로에서 이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에서 허가를 받은 특정 고속도로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카메라 대신 라이다
벤츠의 드라이브파일럿은 테슬라의 카메라식 자율주행 방식이 아닌 레이더 같은 장치인 이른바 라이다(Lidar)에 기반하고 있다.
라이다는 전파를 쏘는 레이더와 달리 레이저를 쏜다. 레이저를 쏴 주변 물체를 인식한다.
라이다는 레이더나 카메라만 사용하는 방식에 비해 자동차 주변에 대한 더 정밀한 상황인식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라이다가 안전한 자율주행 기술에 꼭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카메라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벤츠의 드라이브파일엇에는 라이다 외에 부수적인 장치들도 힘을 보탠다.
후방 카메라가 설치돼 운전자가 후방 상황을 볼 수 있고, 구급차나 소방차, 경찰차 등의 사이렌을 탐지할 수 있는 마이크도 달려 있다. 또 바퀴가 장착돼 있는 공간인 이른바 바퀴집(wheel well)에는 도로가 얼마나 젖어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센서도 장착된다.
벤츠는 아울러 지금의 일반적인 GPS(전지구위치 파악시스템)보다 정밀한 3차원 지도 데이터가 이 모든 기능과 결합된다고 밝혔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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