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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수기 전락한 금융지주 이사회, 안건 찬성률 99.95%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29 17:06

수정 2023.01.29 17:06

"최고경영자가 우호적인 세력만 주변에 놓고 내치"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파이낸셜뉴스]금융지주 이사회의 견제가 유명무실해진 건 수치로도 증명된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된 2022년 상반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5대 금융지주(KB·신한·우리·하나·농협) 52명 이사들의 주요 안건 찬성률은 99.95%였다. 5대 그룹은 지난해 상반기 총 35차례 이사회(의결 사안이 있었던 회의 기준)를 열고, 평균 3~4개 안건을 의결했는데 반대표가 나온 적은 딱 한 번 뿐이었다.

신한지주 변양호 사외이사는 지난해 3월 24일 자기주식 취득 및 소각의 안건 의결 당시 "자사주 취득에 반대하는 건 아니나 자사주 취득 정책에 대한 접근방법 및 소통방식에 보다 적극적인 이사회 논의가 필요하다"며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불참하거나, 의결권이 제한된 경우를 제외하고 반대의견이 나온 건 5대 지주 중 이 사례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이같은 금융지주 이사회 구조 속에서 CEO 리스크가 심해지자 금융사 자체의 신뢰에도 금이 갔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금융위원회로부터 지난해 11월 우리은행의 라임 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업무 일부 정지 3개월과 문책경고 제재 결정을 받았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지난해 12월 8일 회추위에서 용퇴하며 "사모펀드 사태를 책임지고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BNK금융지주의 김지완 전 회장도 지난 2017년 취임해 3연임을 노렸으나 두 번째 임기를 다섯 달 앞두고 부당내부거래 의혹이 불거졌다.

이를 두고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부통제 관리에 책임을 진 사외이사들이 이른바 거수기 역할만 해서 리스크 감시나 견제 역할이 부족해진 것"이라며 "금융권 사외이사 역할과 책임에 문제가 많아 금융사고를 증폭시켰다는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당국도 이사회 구조에 대한 문제점을 꼬집고 나섰다. 특히 지난해부터 당시 3연임이 유력했던 손 회장을 겨냥해 공식석상에서 발언 수위를 높였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주인도 없는데 최고경영자가 우호적인 세력만 주변에 놓고 계속해서 그분들 중심으로 운영하는 '내치'가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며 금융사의 이사회 구조를 전격 비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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