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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냐 사업이냐, 실리콘밸리 왜 가는지부터 확실히 정해야" [실리콘밸리 사람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29 18:44

수정 2023.01.29 23:32

글로벌 리포트
벤처캐피털 NLVC 이끄는 제프리 리 대표
이민자 성공신화 유독 많은 실리콘밸리
혁신적인 아이디어·기술로 성공할 수 있지만
독보적인 무기 없이는 도전에 그치기 십상
국적·출신학교 중요치않다해도 뭉치면 강해지는 법
코리안 네트워크 키워 한국 스타트업 도울 것
제프리 리 노던라이트벤처캐피털(NLVC) 대표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팔로알토에 있는 사무실에서 활짝 웃고 있다. 사진=홍창기 특파원
제프리 리 노던라이트벤처캐피털(NLVC) 대표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팔로알토에 있는 사무실에서 활짝 웃고 있다. 사진=홍창기 특파원
【파이낸셜뉴스 실리콘밸리(미국)=홍창기 특파원】 "실리콘밸리는 물리학 용어인 퍼스트 프린서플 싱킹(First Principle Thinking·일원칙 사고방식)이 일상화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필요하고 도움이 될 만한 새로운 혁신과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어내는 것 말입니다."

20년이 넘게 실리콘밸리와 미국 전역에서 벤처투자자로 활동한 제프리 리(한국명 이동훈) 노던라이트벤처캐피털(NLVC) 대표가 경험한 실리콘밸리 지역의 투자철학이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졸업한 제프리 대표는 지난 2005년 NLVC를 창립한 후 대표를 맡고 있다. 그가 설립한 NLVC는 지난 2005년부터 50억달러(약 6조1750억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VC다.
다양한 분야의 400여개 회사에 투자를 집행했다. 29개의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 창업한지 10년 이하 비상장 스타트업)의 얼리 스테이지 투자를 진행하고, 현재 포트폴리오 회사의 총 시가총액은 2000억달러(약 240조 7000억원)에 이른다.

■인재·기술… 실리콘밸리는 열린 곳

제프리 대표는 "많은 미국인들도 실리콘밸리는 실리콘밸리 여권이 필요한 곳이라고 농담한다"고 운을 뗐다. 실리콘밸리는 보수적인 미국 동부 지역과 다르게 열린 곳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실리콘밸리는 열린 사회다. 누구나 누구를 만날 수 있다. 이유가 있고 의지가 있으면 만날 수 있다"며 "한국처럼 '내가 너를 왜 만나냐' 하는 식의 문화는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소개했다.

제프리 대표는 "실리콘밸리는 이민자 천국이다. 그리고 정말 똑똑한 이민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이민자인 구글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도, 중국계 이민자인 줌의 최고경영자(CEO) 에릭 유안을 사례로 들었다. 또 인텔이나 엔비디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CEO를 예로 들면서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보다 이민자가 CEO에 오른 기업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이민자가 유독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할 수 있는 까닭은 차별이 덜한 문화 때문이라는 게 제프리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이민자라고 해서 대놓고 차별받지 않는다. 이 곳은 프랙티컬(Practical·실용적인)한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창업자의 생각이나 철학을 들어주고 서로 이해관계가 맞으면 주저 없이 손을 잡는다는 것이다.

제프리 대표는 최근 한국에서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스타트업들이 많아지고 것에 대한 기대와 당부를 동시에 꺼냈다. 그는 "실리콘밸리는 기회비용에 맞는 도전을 원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타트업 창업자가 자존심에만 얽매이면 안 되고 실리콘밸리 성공의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면서 "스타트업을 성공시키는 것은 기술, 그 기술을 통한 매출, 영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펀딩, 경쟁 위해 압도적인 것 있어야

지금 실리콘밸리에 있는 기업들이 못하는 것을 해낼 수 있는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제프리 대표는 "한국에서 창업한 후 한국에서 펀딩을 받고, 한국사회에서 수익을 내고 인정을 받았다고 해도 실리콘밸리에서의 도전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실리콘밸리에서 이 곳 기업들을 따라잡겠다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이들을 능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실리콘밸리에서 펀딩을 받는 게 아니라 실리콘밸리에서 미국시장에 진출, 이곳의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더욱 압도적인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프리 대표는 "실리콘밸리에 한국 스타트업이 진출은 할 수 있다. 유명한 IT기업과 손잡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이곳에서의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는 "결국 스스로 매출을 찾고 갈 길을 찾아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압도적인 사업모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제프리 대표는 "우리 기술을 갖고 실리콘밸리에 가면 펀딩 받을 수 있겠지, 매출을 내겠지 이런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오는 것은 실리콘밸리라는 환상에 갇힌 큰 함정이다"고 지적했다. 투자를 받기 위해 실리콘밸리에 가는 것인지 사업을 하기 위해서인지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하고 진출해야 한다는 얘기다.

■'코리안 그래프'로 韓스타트업 지원

NLVC 대표인 그는 최근 한리버(Hanriver)파트너스라는 VC를 설립했다. 한리버는 물론 한국의 한강을 뜻한다. 그가 서울에 본사를 둔 한리버파트너스를 설립한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 스타트업들을 돕고 싶어서다.

재미교포 2세인 그는 "국적은 미국이지만 피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에 기여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나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한리버파트너스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리콘밸리는 우수한 인재, 최고의 기술이 모인 곳인데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제프리 대표는 인구를 제외하면 한국이 중국이나 인도, 이스라엘보다 우수한 점이 더 많은데 한리버파트너스를 통해 '코리아 그래프(네트워킹)'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제프리 대표는 "페이스북의 혁신은 소셜 그래프를 키우는 플랫폼이었다"면서 "한리버파트너스가 코리아 그래프를 키워 실리콘밸리 진출을 원하는 한국 스타트업을 위한 허브가 되고 싶다"고 했다.
국적이나 학벌 등의 네트워크가 실리콘밸리내에서 필수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뭉칠수록 영향력이 커지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제프리 대표는 "한강의 기적으로 대한민국 경제가 발전했듯이 한리버파트너스를 통해 한국 스타트업들의 실리콘밸리 진출을 돕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응원하고 만나고 싶은 스타트업 창업자는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경제를 생각해 주는 사람"이라며 활짝 웃었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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