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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세금 땜질하는 공무원연금, 개혁대상엔 예외 없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29 19:13

수정 2023.01.29 19:13

공무원 5년간 13만명 급증
정부 2년 앞당겨 재정추계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 연두 업무계획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 연두 업무계획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민 혈세로 적자를 메꿔온 공무원연금 재정 추계가 빨라진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은 2025년으로 예정됐던 공무원연금 재정계산을 앞당겨 올해 시작하겠다고 지난 27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밝혔다. 공무원연금 재정 추계도 재정계산은 연금의 재정 곳간 상태를 점검하는 것으로 5년을 주기로 한다. 이를 기반으로 지급액, 지급 시기 등을 조정한다. 하지만 당초 일정을 따르기엔 시간이 너무나 급박하다.
개혁을 미루면 그만큼 미래 부담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공무원연금 적자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995년 이후 줄곧 적자였다. 출발부터 불안한 구조였다고 봐야 한다. 민간보다 낮은 공무원 처우를 보상하기 위해 더 많은 혜택을 약속했던 것이 문제다. 고령화로 인해 수급자가 증가하면서 적자는 갈수록 눈덩이가 됐다. 정부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원연금 충당 부채는 905조원에 달했다. 1년 새 74조8000억원이 늘었다.

연금 충당 부채는 수급자에게 70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지출해야 할 돈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추정치다. 정부가 당장 올해 적자를 메꾸기 위해 부담할 금액은 4조7000억원이라고 한다. 만성적자인 군인연금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올해 군인연금 적자 보전을 위해 들여야 할 예산이 3조원이 넘는다. 지난해 연금 충당 부채 규모는 234조원이었다. 공무원연금과 합치면 1138조원에 달했다. 올해 정부 예산의 1.8배나 되는 규모다. 여기에다 공무원 수는 지난 5년 문재인 정부 시절 13만명이나 급증했다. 줄여도 모자랄 판에 판을 더 키웠으니 젊은 세대에 어마어마한 부담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어떻게 이를 계속 방치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주기적으로 제대로 된 개혁이 단행됐다면 지금 같은 밑 빠진 독 신세는 안 됐을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지금껏 네 차례 있었지만 매번 하나 마나한 개혁이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마지막 개편 때도 지급률을 1.9%에서 1.7%로 낮추는 것이 고작이었다. 최초안(1.25%)과 너무나 큰 차이가 났다. 이마저 20년에 걸쳐 서서히 낮추는 것이라 기존 공무원 수급에선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이었다. 적자 해소에도 별 도움이 안 됐다.

이번엔 반드시 달라야 한다. 공무원연금도 개혁에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 국민연금 개혁만큼이나 시급하고 절박한 과제다. 정부는 지난주 나온 국민연금 5차 재정추계를 바탕으로 오는 10월 종합운영계획을 확정할 것이라고 한다. 이에 앞서 국회 국민연금특위는 4월 중 초안을 내놓는다. 이 시간표에 맞춰 공무원 등 직역연금 개혁 스케줄도 서둘러야 마땅하다.
"고통 분담은 끝났다"라는 반대 세력에 굴해선 안 될 일이다. 이들을 적극 설득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야당도 초당적으로 협력해 미래 세대에 책임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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