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고(故) 배우 윤정희가 30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영원한 안식에 든다.
이날 유족에 따르면 윤정희는 이날 프랑스 파리 인근 한 성당에서 장례식을 치른 뒤 뱅센 묘지에 묻힌다. 생전 윤정희가 희망했던 장소로 알려졌다.
남편 피아니스트 백건우, 딸 바이올리니스트 백진희 등 가족들과 가까운 지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천주교식으로 진행된다.
한국에서는 이날 새벽 형제 일부의 뜻에 따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성당에서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위령미사가 열렸다. 윤정희가 생전 한국에 올 때마다 방문했던 성당이다.
윤정희를 위한 위령미사는 내달 1일까지 3일에 걸쳐 열린다. 한국의 유족은 31일부터 직접 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윤정희는 지난 19일 새벽 파리에서 향년 79세 일기로 별세했다.
남편 백건우는 20일 "제 아내이자 오랜 세월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배우 윤정희가 19일 오후 5시 딸 진희의 바이올린 소리를 들으며 꿈꾸듯 편안한 얼굴로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이어 "생전 진희 엄마(윤정희)의 뜻에 따라 장례는 파리에서 가족과 함께 조용하게 치를 예정"이라면서 "한평생 영화에 대한 열정을 간직하며 살아온 배우 윤정희를 오래도록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생전에 "제 꿈이 90살까지 영화배우"
1960∼1970년대 한국영화를 이끈 1세대 여배우 윤정희(본명 손미자)는 문희, 고 남정임과 함께 '1세대 여배우 트로이카'로 불렸다. 생전 "하늘나라에 갈 때까지 카메라 앞에 서겠다" "제 직업은 영원하다" "아흔 살까지 배우를 하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윤정희는 2010년 '시' 개봉을 앞두고 "이창동 감독이 저를 생각하면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고 했을 때 얼마나 감동적이고 기쁘고 행복했었는지 모른다"며 "이창동 작품은 다 좋으니까 기쁨으로 잠을 못 이뤘다"고 벅찬 마음을 밝힌 바 있다.
이창동 감독 역시 당시 "윤정희 선생님이 80, 90살이 됐을 때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이에 윤정희는 "제 꿈이 90살까지 영화배우를 하는 것"이라며 기뻐했다.
윤정희의 소천 소식에 영화팬들은 "또 한분의 별이 지셨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대한민국 영화계의 한 획을 그은 윤정희 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며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고인의 사진을 게재했다
"영화라는 단어를 알게 된 즈음부터 윤정희 님은 영화의 상징이었다"고 기억한 한 영화팬은 "그녀의 얼굴과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 파리에서 가셨다. 오래 고생하셨는데 평안에 드시기를"이라며 영원한 안식을 바랐다.
"결국 이창동 감독의 '시'가 마지막 작품이 되었지만, 이 영화로 2000년 이후 윤정희 배우의 연기가 남게 되어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밝힌 한 팬은 "당대 트로이카 여배우들보다 좀 더 폭넓은 연기와 지적인 이미지가 결합되어 차별화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 배우였는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썼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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