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 등을 받는 이기영(32)이 구속기소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동거녀의 시신은 아직 발견되지 않아 ‘시신 없는 살인사건’으로 재판이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이씨가 지인들에게 “아내가 말레이시아에 갔다”고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나며, 실제 시신을 유기한 장소가 ‘낚시 금지 구역’이면서도 이씨가 2년 동안 농수로 공사를 했던 ‘말레이시아교’ 인근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씨는 그동안 경기도 파주 공릉천의 대전차 방어시설물 인근에 시신을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현장에서 훈수를 두기도 하고, “루프백이 들어갈 정도로 땅을 팠다”는 등 구체적인 진술도 내놨지만 수색은 진척이 없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거짓 같다. 진술서를 보면 자신이 한 행동이 아니라 남의 행위를 언급하는 것처럼 말한다”고 지적했다.
28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싶다’ 취재진은 이기영이 숨기고 있는 시신 유기 장소를 찾기 위해 공릉천 인근을 돌던 중 이기영이 일용직으로 근무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기영은 부유한 할아버지 아래서 자랐지만 자신의 몫이 없어 일용직을 전전했는데, 그 중 ‘말레이시아교’를 짓는 공사에도 동참했다. 해당 위치는 공릉천 인근이다.
당시 농수로 공사업체 관계자는 “이씨가 처음에는 잡부로 왔다가 열심히 하기에 배관공으로 2년 정도 일했다”며 “말레이시아교 근방에서 일했다”고 했다.
이곳은 이씨가 시신 유기 장소로 지목한 대전차 방어 시설물로부터 직선거리로 3.5㎞ 더 상류 쪽에 위치했다. 현재는 신공릉천교가 건설됐지만 파주토박이들은 이 일대를 ‘말레이시아교’, ‘말레이시아 교차로’ 등으로 지칭한다. 게다가 이곳은 ‘낚시 금지 구역’이다.
이씨의 지인들은 그가 살해된 동거녀의 행방에 관해 ‘말레이시아’를 언급했다는 증언을 내놨다. 이씨의 단골 매장 관계자는 “(이기영이) 9월에 부인 만나러 말레이시아에 간다고 저희한테 얘기했다”고 기억했다. 이미 동거녀가 살해된 시점이었다. 이씨와 지인의 통화녹음에서도 “반려견 유치원 시작하려고. 내가 말레이시아 3주 정도 가야 한다”고 말하는 내용이 남아 있다.
검찰 관계자는 “범행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는 확보됐으나, 피해자의 시신을 찾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겠다”면서 “죄에 상응하는 엄정한 형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전담수사팀을 통해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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