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도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은행은 국방보다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
'공정한 은행 거버넌스' 강조
사실상 '주인 있는' 소유분산기업
새 판 짜기 나선 당국·정치권
[파이낸셜뉴스] "은행은 국방보다도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은행의 거버넌스가 중요하다."(윤석열 대통령, 1월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를 받고)
윤 대통령이 이른바 주인 없는 기업(소유분산기업)의 대표 격인 은행권의 지배구조 관행을 두고 '시스템 개선'을 언급하면서 법 개정이 탄력을 받고 있다. 당국과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주인이 있는 것처럼 최고경영자(CEO)가 경영을 하는' 소유분산기업들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복원한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인 게 CEO 선임에 있어 주주의 참여를 보장하는 등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보장하는 것이다.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가 현재·미래 권력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빠질 수 없는 방향이다.
尹대통령 발언에 가속도 붙은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 개선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T, 포스코, 금융지주 등 소유분산기업의 지배은행 구조를 둘러싸고 제도 개선 논의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금융위로부터 2023년 금융정책 방향을 보고받고 "금융회사를 포함해 소유권이 분산된 주인없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선진화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하고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지배구조를 제도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보다 깊이있게 고민해보자"라고 제안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월 27일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주인이 없는 조직에서 CEO는 어떻게 선임하는 게 맞는 것인지 질문은 누구나 할 수 있고 지금 시스템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본다"라며 내부통제 제도 개선과 함께 CEO 선임 절차 개선사항을 검토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주요 임원이나 CEO 등 선임 절차가 조금 더 투명해야 한다는 게 기본 생각"이라며 "우리금융 뿐 아니라 다른 케이스도 그런 투명한 기준에 맞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고 조금 불편한 부분이 있으면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셀프연임' 견제 논의.. "한국형 스튜어드십코드" 대안되나
정치권에서도 논의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원내1당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들은 1월 중순 비공개 스터디 모임을 갖고 금융지주 CEO 선임 절차를 어떻게 개선할지 논의했다. 관치로 모피아, 낙하산 인사가 금융지주 CEO로 진출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와 함께, 지금까지 금융지주 CEO가 이사회 견제 없이 '셀프연임', '황제집권' 논란을 빚었던 만큼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민의힘에서는 금융지주를 겨냥하기보다는 소유분산기업의 잘못된 지배구조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논의가 나왔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1월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현황 및 개선방향 세미나'를 갖고 전문가, 당국의 의견을 들었다. 김 의원은 "최근 KT 이사회는 쪼개기 후원 등으로 논란이 제기된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투명하지 않은 대표 연임 결정 과정에 비판이 일고 있다"라며 "단기적으로는 관치라는 비판을 받더라도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주요 기관투자자가 투자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주와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고 지속가능한 성장·경영을 유도하는 걸 말한다.
발제자로 나선 김형석 한국 ESG 기준원 정책연구본부장은 "국내 소유분산기업의 CEO가 통상 의결권을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실질적 감시·감독을 통해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기업지배구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라며 이를 위한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 교수는 "경영진이 실적으로만 평가받을 수 있게 하되, 이사회는 CEO 선임, 평가, 보상 등 경영진 견제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라며 이사회의 '견제 역할'을 강조했다.
당국에서는 '한국식 스튜어드십코드 개정'도 검토 중이다.
송병관 금융위 기업회계팀장은 세미나에서 "최근 ESG 대응이 포함된 한국식 스튜어드십코드 개정을 검토 중이며 연내 결론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정훈 금융감독원 감독조정국 팀장 또한 "일반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기관 투자자의 감시자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등 '견제와 균형' 원리 복원이 핵심.. 관치 부작용 우려도
구체적으로 △상장회사의 주주총회 소집 청구권 기준 완화 및 전자투표제 확대 △신용평가사가 소유분산 기업의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한 위험 요인을 신용 평가에 적극 반영 △대규모 기업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 권고 △법상 임원의 적극적 자격요건 도입 △CEO 연임에 대한 엄격한 절차 마련 △사외이사 전문성·독립성 강화 규정 및 사외이사 활동에 대한 투명한 공개 등이 제도 개선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중대 금융사고와 관련해 임원의 '내부통제' '위험관리' 책임을 명확하게 하고, C-레벨의 임직원과 이사회도 중대 금융사고에 책임을 지도록 한 내부통제 개선 방안과 함께, CEO 선임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담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이번 1·4분기 내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으로 민간기업의 자율성이 제약될 수 있는 데다 관치 논란으로 모피아가 더 많이 양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아 실제 법 개정까지는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