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폭락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올 상반기에도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미 일부 업체들이 투자축소, 감원에 나선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당분간 계속 고전할 전망이다.
두 자리 수 가격 하락세 지속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이하 현지시간) 반도체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인용해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양대 품목 평균 가격이 올 1·4분기에도 두 자리 수 하락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지난해 4·4분기에도 전분기에 비해 20% 넘게 급락한 바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스마트폰부터 PC, TV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핵심 원자재이지만 팬데믹 특수 이후 가전제품 수요가 급격히 줄면서 고전하고 있다.
이때문에 재고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팬데믹 특수 이후의 전자제품 수요 둔화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비관하고 있다.
이같은 비관 전망을 바탕으로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러지, 웨스턴디지털, 한국 SK하이닉스, 일본 키옥시아 홀딩스 등이 모두 투자축소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반도체 공급 감축 조처다.
또 마이크론은 지난달 적자를 보고한 뒤 감원과 비용지출 절감 계획을 공개했다.
반도체 풍향계
메모리 반도체는 반도체 산업의 풍향계로 간주된다. 이곳 저곳 안 쓰이는 곳이 없는데다 수요공급 변화에 민감히 반응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메모리 업체 삼성전자는 6일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비 69% 급감한 4조3000억원에 그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2월 1일 분기실적을 공개하는 SK하이닉스 역시 전망이 좋지 않다.
팩트세트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지난해 4·4분기에 8120억원 손실을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 업체들도 고전하고 있다.
인텔은 26일 실적발표에서 분기손실을 보고하면서 올 상반기에도 이같은 어려운 시장 여건이 지속될 것으로 비관했다.
인텔의 비관전망은 최대 경쟁사인 AMD의 실적전망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AMD는 31일 장 마감 뒤 실적을 발표한다.
메모리 가격 급락
메모리 가격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전자제품 수요가 폭증하면서 폭등세를 타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일상생활 회복에 탄력이 붙은 2021년 후반부터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분기 대비 가격이 급락세로 악화했다. 치솟는 금리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팬데믹 같은 지정학적 변수가 메모리 가격 하락세를 부추겼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메모리 평균 계약 가격은 20% 넘게 폭락했다.
D램은 전분기 대비 23%, 낸드플래시는 28% 급락했다.
트렌프포스 선임 부사장 에이브릴 우는 D램 가격은 올 하반기에도 하락세를 지속할 것이라면서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대규모 생산 감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 부사장은 그러나 낸드플래시의 경우에는 올 하반기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세계 최대 D램, 낸드플래시 업체인 삼성전자는 아직 명시적인 생산 감축 계획을 발표한 바 없다고 WSJ은 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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