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은행은 공공재"
관치의 부활은 구시대 유물
관치의 부활은 구시대 유물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한 것이다. 은행이 비록 민간기업이지만 가계와 기업의 돈이 곧 자산인 만큼 공공성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하겠다. 윤 대통령의 말대로 은행은 문제가 생기면 세금과도 같은 공적자금을 투입한다. 그러나 외부통제는 금융감독 당국에 의해 최소한에 그치고 절대적 주주가 없는 상태에서 사실상 자율적 내부통제에 맡겨져 있다.
최근 은행에서는 불완전판매와 횡령 등 사고가 잇따랐고, 금융소비자들은 고금리에 고통받고 있는 사이 이자장사에 몰두해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최고경영자(CEO)들은 선출권을 가진 사외이사들을 자기 편 사람들로 선임해 '셀프 연임'한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원회는 이른바 '주인 없는 기업'의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지배구조법 개정안 마련에 착수했다. 은행들은 관치의 부활이라고 반발한다.
우리는 은행의 공공성 강조에 공감하면서 금융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십분 동의한다. 윤석열 정부가 연금·노동·교육 분야의 3대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 금융을 제4의 개혁으로 불러도 좋다. 다만 전제조건은 금융소비자의 권익 침해를 최우선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내부통제를 소홀히 한 금융지주사의 CEO에게 과징금을 물려 제재하는 것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당연한 조치다.
CEO 선출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요구된다. 경제의 심장과도 같은 금융 CEO에 유능하고 깨끗한 인물을 뽑는 것은 국가경제를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다. 금융소비자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다.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에서도 금융당국이 자격심사권을 행사하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명확한 절차에 따라야지 정부가 시종일관 개입하는 행태는 금기시해야 한다. 특히 전문성이 부족한 인물을 낙하산으로 보내는 일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금융기관의 내·외부 통제는 소비자를 위해 불가피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자율성을 해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은행의 공공성은 부인할 수 없어도 엄연히 주주가 존재하고, 국가는 주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지주사뿐만이 아니라 포스코나 KT와 같은 과거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된 대기업도 동일하다. 통제와 스튜어드십을 빙자한 관치는 시대착오적인 과거 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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