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계약 취소 막아라"… 현대차, 변동금리 할부카드 꺼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01 18:25

수정 2023.02.01 18:30

GV80 대기기간 30개월→ 10개월
고금리에 고객들 취소 늘자 대책
금리오르면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
테슬라·포드 전기차 할인공세 대응
美 시장선 리스 판매 확대 등 나서
"계약 취소 막아라"… 현대차, 변동금리 할부카드 꺼냈다
현대자동차가 고금리 여파에 따른 계약해지와 경쟁 브랜드들의 가격인하 결정에 맞서기 위한 전략적 대응을 시작했다. 국내에선 이례적으로 변동금리 할부 프로그램 카드를 꺼냈다. 미국 시장에선 테슬라와 포드의 연이은 전기차값 인하에 딜러들에게 판매 장려금(인센티브)을 확대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고금리 여파에 계약 줄취소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날 그룹 내 전속 금융사인 현대캐피탈과 협업해 전 차종을 대상으로 변동금리 할부 프로그램을 내놨다. 기아도 2일 이와 비슷한 금융상품을 발표한다.
고금리로 할부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계약취소 건수가 급증하자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변동금리 상품이기 때문에 향후 금리가 떨어지면 이자 부담도 줄어든다는 장점을 고객에게 적극 설명할 계획이다. 만약 금리가 올라갈 경우에는 고객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도해지 상환 수수료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현대차가 이 같은 변동금리 할부 프로그램을 서둘러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그만큼 최근 고금리 여파로 인한 자동차 업계의 계약취소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제네시스 G80 등을 만드는 울산5공장 51라인은 계약취소 건수가 늘어나자 이번주 주말 특근을 하지 않기로 했다. 출고 대기기간도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제네시스 GV80 2.5T의 경우 작년 11월만 하더라도 계약 고객에게 출고 대기기간을 30개월로 안내했다. 하지만 고금리 여파가 본격화되면서 계약취소 건수가 급증하자 올해 1월에는 18개월로 줄었고, 이달에는 10개월까지 단축됐다. 단 3개월 만에 대기기간이 20개월이나 급감한 셈이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 등 친환경차를 제외한 내연기관차의 출고 대기기간은 대부분 단축됐다. 최근 출시한 2세대 코나의 경우도 1개월만 기다리면 출고가 가능하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르노코리아의 경우 전 차종에 대해 연 2.9%(최대 12개월), 한국GM은 연 3.9%(최대 60개월) 금리가 적용되는 저금리 할부 상품을 운영하고 할인 혜택을 확대키로 했다.

■미국선 전기차 가격 인하 전쟁

미국 시장에서도 전기차 할인 경쟁이 치열하다. 테슬라가 전기차 값을 최대 20% 내린 데 이어 포드도 이를 의식해 전기차 머스탱 마하-E 가격을 최대 8.8% 낮추기로 했다. 국내 업체들의 상황은 더 어렵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한국산 전기차가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돼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없어 가격 경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IRA를 고려하면 아이오닉5(4만5500달러)와 EV6(4만8700달러)는 테슬라 모델Y나 포드 머스탱 마하-E 보다 가격이 더 비싸다.

현대차는 일단 한국산 전기차도 보조금 대상에 포함되는 리스 판매를 확대할 방침이다. 또 경쟁 업체들의 가격 인하 조치에 대응해 딜러들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도 늘린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이 지급 받는 할인액이 커져 실 구매가가 낮아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 업체들이 전기차 가격 인하에 적극 나서면서 현대차도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가격 책정에 큰 부담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냈다.
지난해 쌓아놓은 계약분이 올해 인도되는 구조여서 당장 고금리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현대차는 국내 5만1503대, 해외 25만4793대 등 30만6296대를 전 세계 시장에서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8.5% 증가한 수치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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