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베데프는 과거 러시아군 복무 경험을 살려 지난해 7월 와그너그룹에 자원 입대했다. 그는 입대 계약서에 서명한 지 불과 10일도 안 돼 격전지인 바흐무트에 투입됐으며, 이때 현장 지휘관으로 활동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가 처음 배치될 당시 소속된 전투원은 10명 정도다. 하지만 러시아 내 죄수들이 전쟁에 동원되면서 그 숫자가 현저히 늘었다. 와그너그룹에 죄수들이 투입된 이유로 예브게니 프리고진 와그너그룹 대표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점이 꼽히고 있다.
하지만 메드베데프는 이 용병들이 총자루 하나만 쥔 채 어떠한 전술도 없이 우크라이나군의 주둔지를 향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제대로된 작전 지시를 받지 못해 이 과정에서 상당수의 용병이 무의미한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메드베데프는 이 같은 상황에서도 와그너그룹 상층부가 용병들을 공포로 다스렸다고 전했다.
메드베데프는 "(와그너그룹이) 싸우기 싫어하는 이들을 둘러싸고 신병들 눈앞에서 총살을 벌였다. 전투를 거부한 죄수 두 명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사살했고, 훈련병들이 파낸 참호 안에 매장했다"라고 말했다. 또 프리고진 대표와 러시아군 특수부대 장교 출신인 드미트리 우트킨에게 직접 보고할 때도 있었다며 두 사람을 '악마'로 지칭하기도 했다.
앞서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전사한 죄수 출신 용병 유족들에게 1인당 500만 루블(한화 약 8700만원)의 위로금 지급 약속을 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메드베데프는 "누구도 그런 종류의 돈을 지불하기를 원치 않았다. (전사자) 다수는 (위로금도 못 받고) 그저 실종 처리됐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프리고진은 CNN에 "지금까지 와그너그룹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라며 메드베데프의 주장을 반박했다.
한편 메드베데프는 지난해 말 부대에서 탈주한 뒤 러시아 내에서 잠적했다가 최근 국경을 넘어 노르웨이에 망명을 신청했다. 메드베데프는 탈주 과정에서 10차례 이상 체포될 뻔했으며, 마지막 시도 때 흰옷으로 위장한 채 얼어붙은 강을 건넜다고 한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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