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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봐도 못 볼 나비, 에버랜드에서 다 본다 [Weekend 레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03 04:00

수정 2023.02.03 04:00

겨울에도 나비가 있는 곳
에버랜드 '라이브 나비체험관'
2019년부터 '나비 연구소' 개관·운영
온도·습도·조도 등 최적화된 환경 조성
좁쌀보다 작은 수만개 알 하나씩 거둬
성체 될 때까지 먹이식물과 애지중지
연구소에서 기른 나비 5000여마리
직접 보고 듣고 만지는 입체적 공간
설탕물 뿌린 꽃다발 들면 주위 맴돌아
내 성격과 닮은 나비 추천받는 재미도
평생봐도 못 볼 나비, 에버랜드에서 다 본다 [Weekend 레저]
평생봐도 못 볼 나비, 에버랜드에서 다 본다 [Weekend 레저]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내에 있는 '라이브 나비체험관'에 가면 5000여마리의 나비를 직접 두 눈으로 볼 수 있다. 위사진부터 에버랜드 정문 근처에 있는 라이브 나비체험관 입구, 꽃다발을 들고 나비를 관찰하는 어린이, 짝짓기하는 암끝검은표범나비. 에버랜드 제공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내에 있는 '라이브 나비체험관'에 가면 5000여마리의 나비를 직접 두 눈으로 볼 수 있다. 위사진부터 에버랜드 정문 근처에 있는 라이브 나비체험관 입구, 꽃다발을 들고 나비를 관찰하는 어린이, 짝짓기하는 암끝검은표범나비. 에버랜드 제공
"내 뱃속에 나비가 있어"는 영어 "I have butterflies in my stomach"를 잘못 번역한 말이다. 원래 뜻은 매우 긴장되고 마음이 조마조마하다는 뜻이다. 한국말이 감성적이라면 영어는 어쩐지 이성적인 언어라고 생각했는데, 이 문장을 보면 영어도 '나름 낭만적이네'라는 생각이 든다. 봄과 함께 시작되는 나비의 날개짓은 가슴을 설레게 하는 뭔가가 있다. 이 겨울, '영원한 땅(에버랜드)'에 가면 수천마리의 나비들이 내 손가락 위에, 내 머리 위에 앉는 환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나비의 일생 볼 수 있는 '나비 연구소'

"나비는 알에서 애벌레, 번데기, 나비 성체가 된 후 짝짓기를 하고 죽을 때까지 보통 45~50일정도 일생을 삽니다. 지구에는 약 2만종의 나비가 있고, 한반도에는 200종의 나비가 살고 있어요."

1월 중순,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인근에 있는 나비연구소를 찾았다. 에버랜드는 2019년부터 우리나라 나비를 보전하기 위해 '나비 연구소'를 개관해 운영하고 있다. 나비연구소는 온실 2곳과 먹이식물 자생지를 합쳐 약 2700㎡ 규모로 조성됐다. 나비 생장에 필요한 최적화된 온돈, 습도, 조도 등을 맞추기 위한 첨단 시설을 갖췄다.

가장 먼저 들어간 채란장에서는 수십, 수백 마리의 나비들이 먹이식물과 함께 날아다니고 있었다. 화려한 무늬의 호랑나비 한 쌍은 몸을 겹쳐 짝짓기를 하며 날아가고 있었다. 먹이식물의 잎 뒤에는 짝짓기를 마친 나비의 알이 붙어있기도 했다. 나비연구소에는 큰흰줄나비, 남방노랑나비, 암끝검은표범나비, 긴꼬리제비나비, 호랑나비 등 총 5종의 나비를 번식해 키우고 있다.

김선진 사육사는 "모시나비는 짝짓기를 마치면 수컷이 암컷의 생식기를 막아버린다"며 "큰흰줄나비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꼬리에서 레몬향이 난다"고 했다.

실제로 채란장에 있는 큰흰줄나비를 잡아 꼬리에 코를 가져다 대니 상큼하고 진한 레몬향이 났다. 꿀을 먹는 나비들은 앞다리에 미각 세포가 있어 맛을 느낄 수 있고, 생식기에도 눈이 있어 조준에 '실패'할 일이 적다고 한다.

나비의 알을 받는 채란장을 나와 애벌레 사육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애벌레 사육장에는 나비 종류에 따라 각각 다른 먹이식물 위에서 풀을 뜯는 다양한 종류의 애벌레를 볼 수 있었다. 검은색 바탕에 붉은 가시가 달린 애벌레, 포켓몬스터 만화에서 본듯한 초록 애벌레 등 다양했다. 약 20일간의 애벌레 시기를 지나면 번데기가 된다.

'완전 변태'하는 나비의 경우 애벌레였던 부분은 번데기 안에서 모두 녹아버리고 각각의 부분들이 재조합돼 나비가 된다. 변태 과정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에 번데기 사이즈는 애벌레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겨울철 자연상태에서는 번데기 상태로 약 6개월 이상 월동한 뒤 봄에 기온이 오르면 나비로 우화한다.

번데기들은 우화장으로 옮겨져 나비로 탄생하게 된다. 성체가 된 나비들은 사육사들이 일일이 잡아 에버랜드 내에 있는 라이브 나비체험관으로 가 손님을 맞게 된다.

자연 상태의 나비를 사람이 직접 키우는 일은 쉽지 않다. 때로는 좁쌀보다 작은 수만 개의 알을 손으로 일일이 거두기도 하고 젓가락을 이용해 애벌레를 한마리 한마리씩 확인하고 번데기를 분류하는 작업을 하기도 한다. 나비에게 적절한 먹이를 공급하기 위해 나비연구소 인근 용인시 신원리 숲속에는 약 1300㎡ 규모의 식물 자생지를 마련해 나비들이 먹는 10종 내외의 식물을 직접 재배하고 있다. 호랑나비를 위해서는 산초나무와 황벽나무, 큰줄흰나비를 위해서는 유채, 배추 등을 직접 심어 키우는 것이다.

김선진 사육사는 "나비에 대한 연구 자료가 많지 않아 직접 실험을 통해 나비 보존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기도 한다"며 "대표적으로 '색깔 연구'를 통해 호랑나비 등 대형 나비는 붉은색 계통을, 흰나비 등 작은 나비는 보라색 계통 꽃을 선호하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5000여마리 나비, 만화 속 세상 온 느낌

나비연구소를 나와 에버랜드 안에 있는 라이브 나비체험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에버랜드 정문으로 들어오면 브로콜리 나무로 유명한 매직트리 옆에 15m 높이의 초대형 토끼 조형물 '래빅'이 반겨준다. 나비체험관은 래빅 바로 뒤편에 자리 잡고 있다.

체험관에 들어가 대기하면 나비를 쫓는 래빅 영상을 볼 수 있다. 문이 열리고 문을 통해 들어가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나비체험관에서는 나비연구소에서 기른 5종의 나비 5000여마리를 만날 수 있다. 체험관 안에서는 나비의 일생을 직접 관찰하고 배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 사육사가 나비에 대해 설명해주는 스토리텔링 시간도 수시로 진행된다.

나비체험관의 하이라이트는 수백, 수천의 마리를 직접 보고, 만지고, 어울릴 수 있다는 점이다. 어린이 고객들이 들고 있는 꽃다발에 사육사들이 설탕물을 뿌려 주는데 나비들이 꽃다발에 앉거나, 어린이들의 손이나 머리 위에 앉아 있기도 한다. 수천 마리의 나비를 한 공간에서 보는 것은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나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한 관람객은 "최근에 본 영화 '아바타2'처럼 신기한 공간에 있는 듯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나비체험관 한켠에 마련된 기기에서는 나와 성향이 비슷한 나비를 추천해 받아보는 재미도 누릴 수 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나비 체험관은 보통 3월에 종료했지만 올해는 5월까지 연장해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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