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삶] 이수정 교수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사형집행 가능성 물었다"

연합뉴스

입력 2023.02.03 06:00

수정 2023.02.24 17:30

"연쇄 살인범들이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건 사형 집행" "내 인생 역경은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태어난 것이다" "더 나은 세상 만들기 위해 욕먹어도 할 일은 하겠다"
[삶] 이수정 교수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사형집행 가능성 물었다"
"연쇄 살인범들이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건 사형 집행"
"내 인생 역경은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태어난 것이다"
"더 나은 세상 만들기 위해 욕먹어도 할 일은 하겠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이수정 교수 (출처=연합뉴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이수정 교수 (출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기자 = 이수정(59) 경기대 교수는 범죄심리 전문가다. 경찰과 검찰을 오가며 흉악범 검거에 도움을 줬고 교도소에 가서 연쇄살인범들 면담도 했다.

그는 지금도 한국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에 정책 제안을 활발하게 하는 등 바쁘게 살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충정로 경기대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연쇄 살인범들이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것은 사형집행이라면서 사형제 자체를 없애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흉악범 처벌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감형 없는 종신형 도입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의 면책·불체포특권은 당연히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는 비겁한 행위라고도 했다.

1964년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연세대 심리학과, 미국 아이오와대 심리측정 석박사 과정을 거쳐 연세대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비상임위원, 공군병영혁신자문위원회 위원장, 법무부교정개혁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그는 2019년 영국 BBC 선정 '세계 100인의 여성'에 뽑혔다.

BBC 선정 '100인 여성'에 들어간 이수정(윗줄 왼쪽에서 세 번째) (출처=연합뉴스)
BBC 선정 '100인 여성'에 들어간 이수정(윗줄 왼쪽에서 세 번째) (출처=연합뉴스)


-- 출생지는 어딘가.

▲ 부산시 동구 수정동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수정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어릴 때 나는 이름이 수정이 아니고 '누나'인 줄 알았다. 우리 집은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 삼촌 등 3대가 모두 모여 사는 대가족이었는데, 가부장적 문화가 매우 강했다. 가족들 모두가 나를 부를 때에는 "누나야"라고 했다. 연년생인 내 남동생이 집안의 중심이 되다 보니 생긴 호칭이었다. 유치원에 들어갈 때 선생님이 이름을 물어보자 나는 '누나'라고 답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다고 했다.

-- 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셨나.

▲ 아버지는 해운업체 직원이었다가 최고경영자(CEO)까지 올라가셨다. 아버지는 장애가 있었다. 해운업체에 들어가기 전에 일하시다 벨트에 손이 말려들어 가서 오른쪽 손을 펼 수 없었다. 다행히 그 손으로 펜을 잡을 수 있었고, 입사 이후에 열심히 일해서 승승장구하셨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는 우리 집 살림이 넉넉한 편이었다.

-- 어머니는 어떤 분이었나.

▲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어머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은행에 다니다 결혼과 함께 전업주부가 됐다. 어머니는 지금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고 있는데, 이전의 습관대로 자기관리가 철저하다. 나도 어머니처럼 늙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 계속 부산에서 살았나.

▲ 아버지 회사의 본사가 서울로 옮겨가면서 우리 집도 서울로 이사를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는데, 서울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쓰다 보니 친구들 사이에 놀림감이 됐다. 무시와 왕따를 느낀 나는 이 아이들에게 인정받는 위치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시절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한 이수정(맨 왼쪽) (출처=연합뉴스)
대학시절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한 이수정(맨 왼쪽) (출처=연합뉴스)

-- 학창 시절은 어떠했나.

▲ 초중고 시절 성적은 상위권이었으나 월등히 뛰어나지는 않았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학교 밖의 연합서클에서 활동했다. 보육원 야학 동아리였다.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와 서울대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숙대 다니던 친구의 권유로 그 동아리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활동하면서 아동학대 같은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다. 한번은 보육원에서 아이들이 갑자기 사라졌는데, 알고 보니 해외로 입양된 경우였다. 그런 경험을 하면서 나는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서클 활동에는 만족했나.

▲ 구성원들의 자세와 행태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일부 멤버는 아이들을 돌보는 데 관심이 없었다. 아이들을 의식화하는 데만 집중했다. 내 생각에 그런 행태는 부당했다. 시위에 관심이 있으면 그런 서클로 가야지, 왜 봉사 서클에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 서클 활동을 하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 내가 맡은 초등학교 여학생이 자꾸 엇나갔다. 나는 보호자라는 책임감에서 학교 담임선생님을 찾아갔다. 아이의 사정에 관해 이야기하면 말썽을 피우거나 결석을 해도 선생님이 관용적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담임 선생님은 나의 이야기를 수용했다. 그런데 아이가 나에게 따졌다. "당신이 뭔데, 학교에 가서 담임선생님을 만나느냐"는 것이었다. 그때 도움이라는 것은 일방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선민의식을 갖고 접근하면 안 되고, 상대방이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40대의 이수정 교수 (출처=연합뉴스)
40대의 이수정 교수 (출처=연합뉴스)

-- 취미는 무엇인가.

▲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게 취미다. 음주는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즐기지는 않는다. 1년에 한두 번 정도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시는 경우가 있다.

--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

▲ 눈 수술을 한 적이 있다. 안구건조증이 왼쪽 눈의 망막박리로 이어졌다. 양쪽 눈의 시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 오른쪽 노안 수술을 했는데, 결국 해결되지 않았다. 깨알 같은 글씨를 오랫동안 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성인병 수치들도 올라가서 열심히 걸었더니 이제는 좀 나아졌다.

-- 몇 시에 일어나나.

▲ 나는 새벽형 인간이다. 이른 아침에 두뇌 회전이 잘된다. 오전 6시대에는 일어나서 전날 작업해 놨던 것을 다시 생각하고 검토한다. 대학원생들에게 피드백도 한다. 잠은 오후 11시께 잔다. 취침 전 2시간가량은 드라마를 보는데, 유일한 힐링 시간이다.

-- 삶에서 역경이 있다면.

▲ 한국에서 여자로 태어난 것이 역경이다. 여자라서 중간에 학업이 중단됐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둘째 아이가 폐렴을 달고 살았다. 방안의 조명을 끄고는 아이를 내 무릎에 재우곤 했다. 그 자세로 손전등으로 책을 비춰서 공부했다. 아이 때문에 시험공부를 못 하는 날이 많았지만 남편은 공부한다면서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이 건강을 잃을 것이냐, 학업을 중단할 것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는 당연히 박사학위 취득 없이 귀국했다. 한국에 와서는 동네 영어학원 교사를 지원했으나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려는 주부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세상살이가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미국 유학 시절의 이수정 교수와 남편, 아들 (출처=연합뉴스)
미국 유학 시절의 이수정 교수와 남편, 아들 (출처=연합뉴스)

-- 남편은 어떻게 만났나.

▲ 유학을 하러 가기 전에 소개받았다. 선을 본 것이다. 남편의 가족이 화목해서 좋았다. 선본 다음 날 시아버지와 시어머니, 시누이가 나를 만나러 왔다. 차를 마셨는데, 나는 그들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고 그 가족의 한 명으로 들어가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남편의 웃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우리는 3개월 후에 결혼했다.

-- 부부싸움은 안 했나.

▲ 결혼하기 직전부터 싸웠다. 학교에서 석사를 마친 나에게 강사를 하라고 했는데, 남편이 하지 말라고 했다. 전업주부로 살라는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남편의 뜻이라기보다는 시어머니의 생각으로 보인다. 종갓집이어서 겨울철에는 2주에 한 번꼴로 제사를 지내야 하는데, 며느리가 직장에 다니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단에 서는 게 꿈이었던 나는 며칠간 단식투쟁을 하면서 맞섰다. 결국 남편이 포기했고 싸움은 끝났다. 결혼한 이후에도 싸울 거리는 많았다. 3개월 만에 결혼했으니 부딪히는 일이 적지 않았다.

-- 범죄를 직업적으로 다루면서 생기는 문제는.

▲ 직업병이 생겼다. 혹시 범죄 피해를 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특히 딸 아이에 대한 통제를 심하게 했다. 아이는 예술 분야로 진출하고 싶어했지만 나는 좀 더 안전한 인문계에 가서 공부하도록 했다. 딸 아이는 지금 뒤늦게 예술을 하기 위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직업이 생활에도 영향을 줬나.

▲ 나는 가능하면 가로등이 있는 큰길로 다닌다. 지름길인 골목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골목길로 가더라도 주의력을 분산시킬 수 있는 이어폰을 끼지 않는다. 주차도 CCTV가 있는 곳에 한다.

2020년 7월 박원순 성폭력사건 기자회견 (출처=연합뉴스)
2020년 7월 박원순 성폭력사건 기자회견 (출처=연합뉴스)

-- 박원순 시장은 성폭력이 문제가 될 줄 알았을 텐데, 멈추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 아는 사람 간의 성범죄는 이슬비에 옷 젖듯이 진행된다. 조금씩 조금씩 수위가 올라간다. 피해자가 도저히 참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면서 문제가 폭발한다. 박원순 사건 2차 가해자들은 오랫동안 나의 동료였는데, 성폭력 사건이 터지자 그간의 주장과는 180도 다른 선택을 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거대한 이익을 나눠 먹기 시작하면 일종의 멤버십이 구성된다. 이 멤버십을 내팽개치면 다시는 접근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비양심적인 행동을 한 것이다.

-- 피해호소인이라는 말이 비겁하다고 했는데, 무슨 뜻인가.

▲ 그들은 아주 현란한 말을 만들어냈다. 피해자가 피해를 호소하는 것이지, 피해자는 아니라는 논리를 폈다. 그들은 그렇게 하면 성폭력이 덮어질 줄 알았던 것 같다. 과거에는 성폭력이 꽤 있었고, 그런 방식으로 은폐되곤 했는데, 아직 그런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그 의도가 비겁하다고 본다.

-- 본인도 성희롱, 성추행을 당한 일이 있나.

▲ 수도 없이 많다. 대학 시절에 버스를 타면 신체접촉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당시에는 공포심을 느꼈지만,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했다. 수업 시간도 마찬가지다. 마광수 교수(연세대, 작고)는 담배를 피워가면서 강의를 했는데, 특정 학생을 지목하면서 노골적으로 성희롱을 했다.

2020년 2월 법무부 청사 나서는 감찰위원 이수정 (출처=연합뉴스)
2020년 2월 법무부 청사 나서는 감찰위원 이수정 (출처=연합뉴스)

-- 연쇄 살인범의 감정적 특징은.

▲ 피도 눈물도 없다. 타인에 대한 이해심과 배려를 찾아볼 수 없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이들을 사이코패스라고 하는 것이다. 서구에서는 이들이 그렇게 태어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일종의 돌연변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어린 시절에 학대 등을 겪으면서 제대로 훈육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 연쇄 살인범의 지적 수준은 높은가.

▲ 연쇄살인범은 사람을 죽이고도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살인을 준비한다. 이런 은폐와 계획은 고도의 지적 능력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조현병 같은 심각한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은 연쇄살인을 하기가 불가능하다. 헛것을 보고 환청이 있는 상황에서 치밀한 행동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쇄 살인범들은 어느 정도 호감을 주는 외모와 함께 말주변도 갖추고 있다. 이런 요소들은 피해자를 유인하는 데 유리하다.

-- 연쇄살인을 하는 이유는.

▲ 이들이 연쇄살인을 즐긴다기보다는 몰입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연쇄살인범은 어릴 때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런 사람은 주의를 강하게 끌 수 있는 것이 아니면 집중하지 못한다. 살인은 그들이 자극을 받아 집중할 수 있는 사안이다.

2009년 2월 범행 현장 응시하는 강호순 (출처=연합뉴스)
2009년 2월 범행 현장 응시하는 강호순 (출처=연합뉴스)

-- 살인범들을 많이 만나봤나.

▲ 처음에 나는 교도소에는 억울한 사람만 있는 줄 알았다. 만나는 사람마다 억울하다고 했다. 심지어 자기가 범인이 아니라고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연쇄살인범은 정남규다. 그는 대화를 나눌 때 나의 눈을 쳐다보지 않았다. 혼자 있어도 혼자이고, 다른 사람과 같이 있어도 혼자였다.

-- 정남규는 교도소에서 자살하지 않았나.

▲ 그는 계속 자살을 추구했다. 목을 맸다가 구조되면 살아났는데, 이를 반복했다. 그가 목을 맨 것은 죽겠다는 의지보다는 그런 행위에 따른 자극을 원해서다. 목을 매는 정도의 자극이 아니면 느껴지지도 않았던 것이다.

-- 사형제도는 폐지하는 게 맞나.

▲ 연쇄살인범 강호순을 만났는데, 그가 "우리나라가 사형집행을 할 것 같으냐"고 물었다. 그때 연쇄 살인범이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것이 사형집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만나기 전에는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것도 괜찮다는 입장이었다. 어차피 우리나라는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호순을 만난 이후에는 사형제도는 없는 것보다는 형식적으로라도 있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 형벌을 강화할 필요는 없나.

▲ 종신형 도입을 검토해봐야 한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으면 20년 후부터 가석방 대상이 되고 30년이 지나면 감옥에서 나오게 된다. 종신형은 평생을 감방에서 살도록 하는 것이어서 무기징역과는 다르다.

가정폭력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하는 집회 (출처=연합뉴스)
가정폭력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하는 집회 (출처=연합뉴스)

-- 수사에 참여했던 사건 중 기억에 남는 것은
▲ 2000년대 초반 어느 날 경찰이 마산에 가자고 했다. 부인이 딸과 함께 남편을 살해한 사건 때문이었다. 모녀가 남편의 오랜 학대를 견디다 못해 토막 살인을 했다. 나의 임무는 없어진 신체 일부를 어디에 버렸는지 모녀로부터 알아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수사기록 요약본의 범행동기 부문에서 '부부간에 불화가 있던 중 앙심을 품고 남편을 살해한 사건'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나는 앙심을 품은 게 아니라 '살고 싶어서'라고 경찰에 말했다. 아내는 평생에 걸쳐 폭행을 당하고 매를 맞아서 정신을 잃기도 한 사람이었다. 나는 '살고 싶어서' 죽였다는 것을 경찰관들에게 이해시킬 수 있다면 이런 일을 평생 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그 당시에는 정당방위는 없었나.

▲ 청주 여자교도소에 있는 살인범을 대상으로 연구를 한 적이 있었다. 수감된 사람 중 제일 짧은 징역형은 8년이었다. 살인에 대한 처벌의 기본형이 5년이었던 시절이었으니 가장을 살해했다는 이유로 가중처벌을 받은 것이다. 판결문에는 '미풍양속을 해치는 죄'라고 적혀 있었다. 아내가 매를 맞다가 견디지 못하고 죽였다는 것은 인정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목격하면서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 가정폭력이 발생하는 이유는
▲ 가정폭력범은 자기조절을 못 하는 사람이다. 문제를 빨리 해결할 방법은 폭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것은 어릴 때 부모의 폭행 장면을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습득할 수도 있다. 가정폭력은 남편만 휘두르는 게 아니다. 부인이 남편을 때리는 경우도 있다. 가정폭력은 세계적으로 아랍권과 동아시아가 심하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이수정 교수 (출처=연합뉴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이수정 교수 (출처=연합뉴스)

-- 보람 있는 일은 무엇이었나.

▲ 경찰이 가정폭력 재범 위험성 평가 지침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이 지침이 생기니 경찰들은 접근금지 명령 등 임시조치를 많이 취했다. 10년 동안 매달려서 스토킹 처벌법 제정에도 기여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가 여성들의 생명을 보호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본다.

-- 스토킹 피해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주의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가차 없이 신고해야 한다. 그리고 안전을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후추 스프레이나 호루라기 같은 것도 갖고 다니는 게 좋다. 사무실 입구는 2개를 만들어 놔야 한다. 우리나라 사무실의 출입문은 하나인 경우가 많은데, 가해자가 문을 막고 있으면 탈출할 수 없다.

-- 전반적으로 범죄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우리나라는 범죄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나라다. 강도 같은 범죄는 많이 줄었다. 다만, 성범죄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는 엄벌뿐 아니라 교육을 강화해야 해결된다고 본다. 어렸을 때부터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를 키워야 한다.

국회의원 면책특권 폐지 촉구하는 조경태 의원 (출처=연합뉴스)
국회의원 면책특권 폐지 촉구하는 조경태 의원 (출처=연합뉴스)

-- 여성 인권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는데.

▲ 약자 보호가 중요하다. 여성이 반드시 약자인 것은 아니다. 여성 강자도 있다. 우리 사회에는 취약계층이 많다. 다문화 가정도 있고, 아동도 있고, 장애인도 있다. 여성 인권만 침해당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에는 정치적 목적이 개입됐다고 본다.

-- 국회의원 면책특권·불체포 특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아무리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하더라도 잘못이 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왜 면책을 받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문민정부 시절 이후에는 권력에 대한 저항보다는 횡령죄, 배임죄 같은 것이 많은데, 이런 범죄의 책임을 면제받는 것은 말이 안 된다.

-- 윤석열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원래 본인이 하려고 했던 정치를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자유민주주의 구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과거 청산의 문제가 있고, 인적 문제도 있는데, 이런 것들이 빨리 해결돼서 계획했던 정책에 집중했으면 한다.

-- 삶의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

▲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먼 미래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을 안 한다.
당장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은데, 5년 후나 10년 후의 계획을 세울 수는 없다.

--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 후손들에게 좀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
당장 나한테 돈이 안 돼도, 사람들로부터 욕을 먹어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취재지원 정한솔 인턴기자)
keunyou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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