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국내 방음터널 150여곳 중 절반 가까운 80여곳이 교통량과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에 포진해 있는 데다 상당수 방음터널 외벽이 아크릴 등 불이 붙기 쉬운 소재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돼 제2의 참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시설물의 불연재 소재 교체와 제도개선책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도권 터널 상당수 아크릴 소재 사용
3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관리하는 방음터널은 전국에 총 150여 곳으로 추정된다. 이 중 국토부에서 관리하는 29곳과 경기도가 관리하는 41곳 등 70곳이 인구 이동이 잦고 교통량이 집중된 수도권 곳곳에 산재해 있다.
서울지역만해도 방음 터널이 16곳에 달한다.
문제는 이들 터널 상당수가 천장 마감재를 불이 옮겨붙기 쉬운 아크릴 소재를 사용해 화재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있다는 점이다.
서울시의회가 발간한 '방음터널 설치 현황'에 따르면, 노원구 수락고가차도(동부간선로), 강남구 구룡지하차도(양재대로), 노원구 상도지하차도(동부간선로), 서초구 염곡동서지하차도(양재대로) 등 4곳의 방음터널 천장에는 지난해 12월 29일 제2경인고속도록 화재 사고 때와 동일한 폴리메타크릴산 메틸(PMMA) 재질이 천장 마감재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PMMA는 화재 피해를 키울 가능성이 높은 소재로, 휘발성 유기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화재에 취약한 소재다. 또한 화재 발생 시 유독가스를 다량으로 내뿜어 질식사를 초래할 가능성까지 큰 실정이다.
실제 각 도로에 설치된 방음터널에는 강화유리 보다 PMMA가 천장 마감재로 많이 쓰이는 실정이다. 가볍고, 비용이 적게 드는 한편 설치가 쉬워 방음벽 재료로 사용하는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공사비를 최대한 아끼려는 시공업체 입장에선 저렴한 소재를 찾는 게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방음터널 불연소재 설치 도로법 개정안 제출
이런 가운데 최근 방음터널을 설치할 때 터널 재질을 불연소재로 사용하도록 해 화재위험을 크게 낮추는 내용의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향후 처리여부가 주목된다.
최준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방음터널을 설치할 때 터널 재질을 불연소재로 하도록 하는 '도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최 의원실에 따르면, 현행 국토교통부의 '도로터널 방재·환기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행정규칙, 예규)'상 터널형 방음시설(지상 방음터널)을 설치할 경우 그 재질을 불연성으로 해야 한다는 규정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지난해 말 대규모 인명 사고 피해를 키운 주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우리나라도 해외 선진국처럼 방음터널을 불연소재로 만들어 화재사고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강조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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