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앤스로픽과 클라우드 계약
4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구글은 앤스로픽에 4억달러를 투자하는 대신 지분 약 10%를 갖게 됐다. 앤스로픽은 구글 주요 고객사 가운데 하나로 구글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구글은 투자 사실을 확인하고 앤스로픽과 대규모 클라우드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투자계획 세부 내용은 함구했다. 검색엔진 시장에서 구글 크롬에 크게 밀리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챗GPT로 생성형 AI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오픈AI에 100억달러를 투자하면서 시장 규모를 키우자 구글도 맞불 놓기에 들어간 것이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는 태생적으로 대형 기술업체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AI가 원하는 자료를 얻으려면 빅테크 업체들의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에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앤스로픽 등이 개발한 AI 모델은 방대한 자료가 담긴 빅테크의 클라우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부문에서 현재 구글에 앞서고 있는 MS는 이미 3년 전 10억달러를 오픈AI에 투자하며 챗봇에 승부수를 걸었다. MS는 오픈AI에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오픈AI의 개발 성과를 함께 누리고 있다.
투자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돼 AI 시스템의 한계들을 잇따라 돌파하고 있다. 그 성과물이 지난해 후반 시험판이 공개돼 구글 검색기능을 위협할 정도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챗GPT이다. 챗GPT는 사용자와 글로 대화가 가능한 챗봇이다.
구글 검색창 대신 챗GPT 대화창에 질문을 하면 서술형으로 답을 해준다. 챗GPT를 이용해 연설문을 작성하거나 학교 숙제를 하고, 기사도 쓴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수초 만에 연설문을 작성하고, 시도 만들어 낸다. 10억달러로 시작한 MS의 오픈AI 투자는 지난달 '수년에 걸친, 수십억달러' 투자로 확대됐다. 100억달러를 투자하는 계획이다.
MS가 오픈AI와 밀접한 연관을 맺으면서 AI개발 과실을 향유하는 것과 달리 구글의 앤스로픽 투자는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앤스로픽이 구글과 협력은 하지만 그 돈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갖고 있어 구글은 앤스로픽 성과의 일부만 활용 가능할 전망이다.
앤스로픽은 2021년 결성됐다. 뜻이 맞지 않아 오픈AI에서 탈퇴한 다리오 아모데이가 주도한 연구그룹이다. 앤스로픽은 MS의 오픈AI 최초 투자로 인해 오픈AI가 돈벌이에 동원될 것으로 우려해 그룹을 탈퇴했다. 당초 목표인 안전한 첨단 AI 개발과 멀어질 것이란 우려다.
앤스로픽은 지능형 챗봇 '클로드(Claude)'를 개발했다. 오픈AI의 챗GPT와 경쟁하는 챗봇이지만 아직 일반에 공개되지는 않았다. 앤스로픽은 구글이 투자하기 전 이미 7억달러 이상을 마련했다.
최대 투자자는 지난해 파산한 세계 3위 암호화폐 거래소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의 암호화폐 헤지펀드 알라메다리서치이다. 지난해 파산하기 전 5억달러를 투자했다. 알라메다 채권단이 눈독을 들이는 자산이 바로 앤스로픽이다. 구글의 앤스로픽 투자는 오라클 경영진 출신인 토머스 쿠리안이 책임자로 있는 클라우드 사업부문이 주도했다.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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