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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지하철 무임승차 논란, 노인 이동권 보장 전제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05 19:57

수정 2023.02.05 20:20

재정 부담 서로 떠넘기기
최악의 노인 빈곤국 외면
서울 지하철 1∼8호선 무임수송 현황 / 그래픽=연합뉴스
서울 지하철 1∼8호선 무임수송 현황 / 그래픽=연합뉴스


65세 이상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를 둘러싼 논쟁이 점입가경이다. 서울시는 지하철의 구조적 적자요인을 무임승차로 단언하고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손실보전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지하철 요금체계와 손실보전이 지방자치단체의 고유 사무라며 재정보전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양측 간 충돌의 접점은 중앙과 지방정부의 재정부담 회피와 고유 사무의 영역에 있다. 노인의 무임승차 문제를 행정사안으로 다루는 셈이다.


정책의 선택지도 섣부르게 굳히기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먼저 무임승차를 완전히 폐지하는 방안이다. 다음으로 무임승차 연령대를 현재 65세 이상에서 더 높이는 것이다. 이 밖에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한발씩 양보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무임승차를 유지하되 지하철과 버스요금을 올려 전체 구성원이 부담을 나눠 지는 식이다. 다만 이 방식에는 부채 부담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어떻게 나눌 것이냐는 쟁점이 남아 있다. 모든 선택지에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다.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한 접근법이 행정 관점에 매몰돼 있기 때문이다.

무임승차건은 무 자르듯 결론 낼 사안이 아니다. 3가지 근본적인 문제를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 우선, 행정의 효율성 문제다. 지방자치 시대는 독립행정이라는 긍정론이 주목받으며 방만운영 폐해가 묻혔다. 지자체뿐만 아니라 산하 공기관까지 퍼진 비효율 재정집행에 대한 지적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지하철의 구조적 적자의 주된 요인을 무임승차로 규정하는 건 '노인복지'를 볼모로 잡은 것과 다를 바 없다.

둘째, 심각한 노인빈곤율 문제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2020년 기준으로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OECD 평균 13.5%(2019년 기준)의 3배에 육박한다. 노인빈곤율은 노인인구 중 중위소득의 50%(상대빈곤선) 이하인 사람의 비율이다. 자가용을 끌고 다니는 계층이 아니라 대중교통 활용이 절실한 서민층이다. '최악의 노인빈곤 국가'라는 타이틀은 우리의 현주소다.

마지막으로 노인의 대중교통을 통한 이동권 보장이다. 노인의 이동권이 갖는 함의는 넓고 깊다. 정년 이후에도 생계전선에 나선 노인의 삶은 우리 사회의 슬픈 현실이다. 주머니 사정이 열악한 노인 입장에서 대중교통 요금은 푼돈이 아니다. 복지 면에서도 집안에 묶여 있는 삶보다 활기찬 대외활동이 사회편익 면에서 이익이다.
청년이 줄고 노인이 늘어나는 인구절벽 시대에 노인의 활동반경을 넓혀주는 건 지혜로운 정책이기도 하다.

서울시의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사례는 앞으로 부산과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 여타 광역시 지하철 가격정책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우대'가 아닌 '서민'의 관점에서 현행 무임승차 편익이 관철되는 정치권의 정책 주도가 요구된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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