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육군 간부가 전동드릴로 병사에게 가혹행위를 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군사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6일 군은 지난 3일 수도권의 한 부대에서 A하사가 B병사의 팔에 대고 전동드릴을 작동시켜 상처를 입혔다는 피해 신고가 5일 접수됐다고 밝혔다.
당시 A하사는 부대 식당에 나타나 청소 중이던 B병사를 향해 전동드릴을 들고 "뚫릴래, 풀릴래?"라고 물었고, B병사는 영문도 모른 채 "풀리겠습니다"라고 답하자 전동드릴을 B병사의 팔에 대고 순간적으로 작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B병사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전동드릴의 날이 옷을 휘감아 찢고 살갗에까지 닿아 상처가 났다"고 주장했다. B병사가 제출한 사진을 보면 팔꿈치 안쪽 피부에 빗살 무늬와 비슷한 형태의 피멍과 작은 절개 상처가 뚜렷한 것으로 전해졌다.
A하사는 사건 직후 B병사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남기고 다른 간부들이 부른다며 치료 등 후속 조처 없이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B병사는 스스로 상처를 소독한 뒤 부소대장에게 사건을 보고했고, 부소대장의 "처벌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진정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원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피해자인 B병사는 가해자인 A하사의 진정한 사과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간부들이 사건을 덮으려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B병사 측 관계자는 "A하사가 '이 일로 내가 간부들 사이에서 놀림감이 될 것 같다'며 형식적인 사과를 하는 데 그쳤다"며 "다른 간부는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해서 고맙다'며 처벌 불원 의사를 확인하는 등 가해자 감싸기에만 급급하고, 피해자의 신체·정신적 충격에는 제대로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피해자는 자신이 누구와 연락하는지 간부들이 감시하는 분위기를 느꼈다"라며 2차 피해 정황을 호소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부대 간부들이 지휘관에 보고하지 않아 지휘관과 상급부대는 이러한 가혹행위 신고가 있었는지 몰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육군이 사실 파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인 B병사는 이날 예정된 면회를 온 가족에게 가혹행위와 부대의 미흡한 대응에 대해 알렸고, 가족은 이를 국방헬프콜(☎ 1303)로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부대는 뒤늦게 B병사에게 병가를 부여하고 가해자를 분리하는 등 피해자 보호 조치에 나섰으며, 군사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대 지휘관은 취재·신고 직후 가족을 방문해 사과했으며, 수사 결과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육군은 "모 부대 소속 부사관이 병사 1명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제보를 접수해 군사경찰이 관련 사안을 수사하고 있다"며 "군은 수사 결과에 따라 법과 규정대로 엄정히 처리하겠다"고 전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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