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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읽는 北 유튜버 '유미'…CNN "잘 준비된 연극 같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07 06:47

수정 2023.02.07 06:47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를 타고 있는 북한 유튜버 유미. 사진=유튜브·CNN 캡처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를 타고 있는 북한 유튜버 유미. 사진=유튜브·CNN 캡처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CNN 방송이 북한 유튜버 '유미(YuMi)'를 집중 조명했다.

CNN은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아이스크림을 먹고 해리포터를 읽지만, 보이는 것과는 다르다'라는 제목으로 북한 유튜버 '유미'에 대해 보도했다.

'올리비아 나타샤-유미 스페이스 DPRK 데일리'라는 유튜브 채널에는 유미라는 이름의 북한 여성이 마치 브이로그를 찍듯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영상에서 유미는 평양의 음료 상점을 방문해 여러 제품을 보여주고, 아이스크림이 가득한 냉동고에서 아이스크림을 영어로 소개한 뒤 원하는 것을 골라 먹는다. 또 놀이공원에 가서 놀이기구를 타거나 강에서 낚시를 즐기고, 운동센터에서 PT와 요가 수업을 받는다.


특히 유미는 평양에 대해 '살기 좋은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자를 소개하는 영상에서는 이 제품이 어느 공장에서 나왔는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주민들의 식영양 개선을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등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CNN은 "4분 분량의 이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4만 1000회 이상 조회됐으나, 이건 평범한 브이로그가 아니다"라며 "스스로를 유미라고 칭하는 이 여성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럽고 고립된 나라인 북한에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표현의 자유와 정보에 대한 접근이 엄격하게 제한된 북한에선 인터넷 사용에도 제약이 있다고 전했다. 스마트폰이 허용된 소수의 특권층도 정부가 운영하는 고도로 검열된 인트라넷에만 접속할 수 있다고도 했다. 때문에 북한 유튜버들의 영상은 북한 체제 선전의 일부일 수 있으며, 이들 유튜버들은 북한의 고위 관리들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CNN은 이들 채널은 북한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알린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북한 고위층 주도로 고안된 체제 선전 캠페인으로 추정한다고 전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 박성철 연구위원은 CNN에 "(이 영상은) 북한 정권에 의해 잘 준비된 연극 같다"며 "(북한 주민들의) 평범한 삶을 반영하는 영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영상 속 시설들은 존재하지만 특별한 계층의 사람들만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또 북한은 놀이공원을 운영할 만큼 전력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특별한 날에만 개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은 "이 유튜버들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희귀 사치품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이들이 모두 고학력자이며 고위 관리들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동국대 북한연구소 하승희 교수는 CNN에 "외부 세계와 연결되는 것은 (북한) 주민에겐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북한의 11세 유튜버 송아가 소설『해리포터』를 손에 들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CNN 캡처
북한의 11세 유튜버 송아가 소설『해리포터』를 손에 들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CNN 캡처


CNN은 유미 이외에도 11세 소녀인 북한 유튜버 송아를 소개했다.

송아는 지난해부터 유튜브 채널에 유창한 영국식 영어로 자신의 일상을 전하는 영상을 올려 화제를 낳았다. 송아는 지구본과 책, 인형들로 꾸며진 공부방에 앉아 J.K. 롤링의 소설 '해리포터'를 손에 들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워터파크에서 놀고, 과학기술 전시장을 둘러보는 영상도 있다.


앞서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을 인용해 송아가 영국 런던 주재 북한대사관 소속 외교관 임준혁의 딸이며, 그의 증조할아버지는 2015년 사망한 이을설 북한 인민군 원수라고 보도한 바 있다.

CNN은 과거 북한의 선전 도구는 포스터나 비디오였으나, 이제 유튜브 영상과 같은 소셜미디어로 새롭게 변했다고 전했다.
하승희 교수는 "북한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관광을 장려하기 위해 자국을 '안전한 국가'로 묘사하려고 한 것 같다"고 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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