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얼어붙은 투심에 올해도 보릿고개... 모태펀드 확대·인센티브 정책 필요" [돈줄 막힌 벤처 생태계 (下)]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07 18:11

수정 2023.02.07 18:11

전문가 "옥석 가리는 시기" 진단
지난해 하반기 이후 벤처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올해 벤처업계가 혹한기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벤처업계가 고사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가 절실한 때라고 진단했다.

■고금리에 급격히 꺾인 벤처투자 심리

7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고금리가 본격적으로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친 지난해 하반기 이후 벤처투자 규모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지난해 벤처투자 규모는 6조76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9% 줄었는데 3·4분기 투자는 1조2843억원으로 전년 대비 38.6%, 4·4분기에는 43.9% 감소했다.

전문가들도 벤처투자업계 자금난의 주요 원인을 금리인상에서 찾았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는 "금리가 높아진 것이 벤처투자 위축의 가장 큰 이유"라면서 "벤처투자는 모험투자의 성격인데 반해, 은행 예금 등 금융상품의 수익성이 높아지면서 자금이 안전 자산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병헌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도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벤처투자라는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민간자금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경제위기가 국내 상황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흐름이어서 단숨에 분위기가 반전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외 경제상황을 고려했을 때 올해 내내 벤처기업들이 자금난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임 교수도 "고금리, 고물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복합위기를 겪고 있는데 어느 하나도 당장 해소되기 어렵다"면서 "연말까지는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므로 올해가 굉장히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적시 투자 필요

경제침체기에 투자심리가 위축되면 유망 중소기업들의 투자 보릿고개도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투자 침체기가 장기화될수록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교수는 "당장 벤처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투자를 늘려서 벤처업계가 고사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정부가 제도를 통해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병헌 교수는 "우선 정부가 모태펀드 투자를 늘려야 한다"며 "벤처캐피털 업계가 사모펀드 형태로 제한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만 펀드를 만드는데 국민펀드 형태의 민간 모태펀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해 투자에 대한 규제완화와 세제혜택을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노 연구위원은 "필요한 자금이 적시에 공급될 수 있도록 벤처투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강화돼야 한다"며 "더불어 회수 시장의 안정을 위해 '세컨더리 펀드'도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안건들도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

노 연구위원은 "창업자가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복수의결권 제도'와 저리로 대출해준 후 지분인수권을 받는 '실리콘밸리식 금융제'도 국회 문턱을 못 넘고 있다"며 "규제완화와 혁신활동을 촉진할 수 있도록 여야가 나서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투자 침체기, 기업 옥석 가려질 것

한편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투자위기 상황이 옥석을 가리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임 교수는 "기술력이나 성장성이 유망한 벤처기업은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도태될 것"이라며 "기업들도 비즈니스 모델을 재정비하고 수익성을 낼 수 있는 쪽으로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정희 교수는 "전반적으로 투자가 위축된 만큼 옥석을 가리려는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며 "내실과 기술 경쟁력을 입증받으려면 기업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u0@fnnews.com 김주영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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