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 영공에 날아들었던 중국 '정찰 풍선'이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등 중남미에서도 잇따라 포착됐다. 세계 곳곳에서 목격담이 나오면서 풍선을 이용한 중국의 정보수집이 오랜 관행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뒤따르고 있다.
8일 dpa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코스타리카 외교부는 지난 6일(현지시간) "자국 상공에서 중국 풍선이 비행했고 중국 정부가 이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도 산호세 주재 중국 대사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며 "중국은 풍선이 기상 연구 등 전적으로 과학 목적에 사용된다고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앞서 중국이 미국에 내놓은 설명을 되풀이한 것이다. 중국은 지난 2일 미국 몬태나주(州) 상공에서 탐지된 자국 비행체가 논란이 되자 기상 관측에 쓰이는 민수용 비행선이라고 주장했으며 4일 미국이 이를 격추하자 과잉반응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코스타리카 외교부는 "이 풍선이 기상 조건 등으로 인해 기존 경로에서 벗어났으며, 풍선에는 이 같은 오류를 수정할 수 있는 자체 기능이 부족해 실수로 코스타리카 상공에 진입한 것이다"라는 중국측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앞서 중남미 국가 콜롬비아 역시 지난 3일 중국에서 온 비행체를 포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콜롬비아 정부는 "해당 풍선이 국가 안보나 항공 보안에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며 "(비행체가) 자국 공역을 빠져나갈 때까지 이를 감시했다"고 전했다.
세계 곳곳에서 정찰 풍선 출현설이 쏟아지자 주요국은 일제히 실태 파악에 나섰다. 대만, 일본, 미국 등 국가는 중국 정찰 풍선이 몇 년 전에도 자국 상공에서 포착된 적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 5일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은 "중국의 고공탐측풍선이 존재한 것은 오래됐다"는 대만 중앙기상국 정밍뎬 국장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2021년 9월과 지난해 3월에도 해당 풍선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도 2020년과 2021년 중국 정찰 풍선으로 의심되는 비행체가 각각 후쿠시마현과 아오모리현에 등장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조사 중이다. 독일 정부는 6일 "중국 첩보 활동과 정찰 풍선 보고를 엄중히 받아들이며, 주요 협력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CNN은 지난해 4월 작성된 '중화인민공화국 고고도 기구' 제하 미국 공군 정보 보고서를 입수,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인 2019년 "중국 정찰 풍선이 고도 19㎞ 정도에서 전 세계를 일주했다'는 내용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CNN은 "해당 보고서에는 당시 풍선이 하와이와 플로리다를 가로질러 갔다고 명시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은 지난 4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 영공 약 6만~6만5000ft(약 18~20㎞) 고도에 있던 풍선을 공대공미사일로 격추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에 대해 "미국이 무력을 사용해 민간 무인 비행선을 공격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과 항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