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중인 재무적 투자자(FI)를 설득하는 게 급선무
[파이낸셜뉴스]교보생명이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지주사 체제를 출범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2005년 지주사 전환 검토를 시작한 지 18년 만이다. 교보생명이 지주사 설립에 성공하면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첫 사례다. 보험업계에선 메리츠화재에 이어 두번째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선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 재무적 투자자(FI)를 설득하는 게 필수다. 인적분할과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하다. 특별결의를 하려면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총 24%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어피너티 컨소시엄 등 FI의 찬성 없이는 힘들다.
■내년 하반기 지주사 체제 출범
교보생명은 9일 열리는 정기 이사회에서 금융지주회사 설립 추진 안건을 보고한다고 8일 밝혔다.
교보생명은 지난 2005년부터 지주사 전환을 검토해왔지만 공식적으로 계획을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주사 설립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 대해 교보생명은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 생명 중심의 지배구조로는 각종 법규상 제약으로 그룹의 장기성장전략 수립, 추진에 한계가 따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주사 전환은 크게 두 단계로 진행될 예정이다. 우선 인적 분할을 추진한다. 교보생명이 보유한 자회사 주식 및 현금 등을 분할해 금융지주사를 신설하고 기존 교보생명 주주에게는 신설 금융지주사의 신주를 교부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교보생명을 금융지주의 자회사로 편입한다. 이를 위해 지주사는 유상증자를 결정해 신주를 발행하고 이 신주에 대한 납입금 대신 교보생명 주식을 현물로 출자 받는다는 방침이다.
교보생명은 이번 지주사 전환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신성장 동력 발굴, 관계사 간 시너지 창출 등을 통한 중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명보험을 주축으로 증권, 자산운용 등을 넘어 다양한 비보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성공적인 금융지주 전환으로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디지털전환 기반의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해 그룹의 장기 안정적 성장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1대,2대 주주간 분쟁 걸림돌 될까
일각에서는 1대 주주인 신 회장과 2대 주주인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갈등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지주사 전환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어피너티 컨소시엄 등 FI들은 지난 2019년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했는데 풋옵션의 유효성과 가격을 둘러싸고 양측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2012년 경영권 방어를 위해 어피너티를 ‘백기사’로 끌어들였다. 지난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 약정에 포함됐다.
교보생명의 IPO가 이뤄지지 않자 어피너티는 지난 2018년 10월 주당 40만9000원의 행사 가격을 산정해 요구했다. 매입 원가 24만5000원의 두 배 가까운 가격이었다. 이에 신 회장 측이 '터무니없는 가격'이라고 반발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어피너티는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중재를 신청했고, 교보생명은 어피너티와 기업가치 평가를 수행한 안진회계법인 임원 2명과 어피너티 관계자들을 검찰에 형사 고발했다. 지난 3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1부에서는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안진회계법인 임원 2명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풋옵션 가격 결정이 안진의 전문가적 판단 없이 어피니티의 일방적 지시로 이뤄졌다고 볼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교보생명은 이같은 주주간 갈등 때문에 지난 7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심사에서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FI 측 관계자는 "이번 지주사 추진 발표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며 "기업공개(IPO)든 지주사 설립과 별개로 풋옵션 계약 이행을 하면 될 문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주사 전환이 분쟁 해결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해 어피너티가 납득할만한 가격에 지분을 넘길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이번 지주사 전환은 회사 가치 및 주주 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며 "주주간 공감대가 필요한 사항으로 현재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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