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만취 상태의 주취자 신고가 연일 급증하는 가운데 최근 치안당국의 관리·감독 소홀 등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주취자 보호에 대한 새로운 매뉴얼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주취자 잇단 사망에 곤혹스런 경찰
8일 경찰청이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역 내 주취자 신고는 △2018년 3만7572건 △2019년 4만6181건 △2020년 4만2518건 △2021년 3만2849건 △2022년 3만8210건에 달하는 등 연 평균 3만~4만여건의 주취 신고가 접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잠시 주춤했다가 사회적 거리두기가 점차 완화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하루 평균 약 100건 꼴이다. 전국적으로는 연간 100만건에 육박한다.
각 지구대별로는 번화가가 몰려 있는 지역에 주취자 신고 건수가 몰렸다. 지난해 기준 서울 마포경찰서 관할 홍익지구대에 접수된 주취자 신고 건수는 연간 736건에 달했다. 경찰이 하루 평균 2명 이상의 주취자 조치를 한 셈이다.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과 인접한 광진경찰서 관할 화양지구대에 접수된 주취자 신고도 지난해 639건에 이른다.
주취자 신고가 폭증하면서 미흡한 보호 조치로 사망에 이르는 사건이 잇따르자 현장 경찰관들의 주취자 보호조치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30일 새벽 강북경찰서 미아지구대 소속 경찰관 2명은 만취 상태의 60대 주취자 A씨를 집 대문 앞까지만 데려다준 뒤 지구대로 복귀했다. 이들은 A씨가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지 않고 현장에서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추운 날씨로 6시간 만에 이웃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해당 경찰관 2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달 19일 서울 동대문구에서도 만취 상태로 골목에 누워있던 남성 B씨에 대해 출동한 경찰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B씨가 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사고 전부터 현장에 있었지만 누워있는 B씨를 놔둔 채 철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자체·의료기관 등과 연계, 매뉴얼 재정립 필요
현행 경찰 출동 매뉴얼에 주취자에 대한 구체적인 보호방법 등이 명시돼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경찰 직무집행법령 제4조에 따르면, 주취자 보호조치 신고가 접수될 시 경찰과 구급대원은 함께 술에 취한 사람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끔 조치해야 한다. 다만 해당 업무에서 주취자 인계 장소·방법 등은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주취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경찰만이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무리 없이 (주취자 보호 조치를) 한다는 게 놀라운 일"이라며 "지자체 협조나 의료진들의 도움이 당연히 필요한 상황으로, 경찰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경찰청 치안상황담당관을 팀장으로 한 TF를 꾸려 주취자 보호 관련 대책을 세우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주취자에 대한 경찰 조치 강화를 골자로 한 법안은 국회에 계류중인 상태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21년 4월 구조가 필요해 경찰이 이송한 주취자를 의료기관이 거부할 경우 영업정지와 과태료 처분 등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경찰·지자체·의료기관 간 연계 협력을 강조한 '주취자 범죄의 예방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심사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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