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실적부진, 신용 리스크가 커진 기업이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되고 있다. 특히 실적부진과 신용 등급 하방압력이 동시에 강해진 롯데케미칼의 공매도 비중이 높았다.
부진한 화학업종+신용등급 전망 하향.. 롯데케미칼 거래 4분의 1이 공매도
8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롯데케미칼에 대한 공매도 평균 매매비중은 24.5%를 기록했다. 전체 거래량의 4분의 1이 공매도 물량이었음을 의미한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팔고 주가가 하락하면 낮은 가격에 사서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챙기는 투자기법이다.
전날인 7일에는 롯데케미칼에 대한 공매도 매매비중이 31.2%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29일 17만8500원(종가 기준)이던 롯데케미칼의 주가는 이달 7일 17만6700원(종가 기준)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에 공매도가 몰린 것은 실적과 신용도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투자업계에선 회사에 대한 투자의견도 악화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에 대한 매수 투자의견 비중은 지난달 82.61%에서 2월 78.26%로 줄었다. 중립 의견은 17.39%에서 21.74%로 증가했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은 "롯데케미칼이 속한 화학업황은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부진한 시황은 2023년 내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업황 개선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영업손실이 5180억원으로 적자 전환을 기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신용도도 흔들리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등은 지난해 11월 진행한 수시평가에서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도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수급환경 저하, 현금흐름 축소, 대규모 투자자금 소요 등으로 재무구조가 저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코로나19 방역조치 강화도 '공매도 재료'
같은 기간 호텔신라와 LG생활건강에 대한 공매도 매매비중은 각각 19.0%를 기록했다. 호텔신라는 코로나19로 영업현금창출력이 저하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호텔 및 면세사업은 외국인이 주요 고객으로 국제 정세, 전염병 대내외적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중국 현지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따른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조치 강화 등이 호텔신라 투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해외 단체여행을 부분 허용하면서, 코로나19 이후 첫 중국인 단체관광이 6일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대상에서 '한국'은 제외된 상태다.
LG생활건강은 실적 리스크가 발목을 잡았다.
회사의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47% 줄어든 1289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에서도 15%를 하회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면세점을 포함해 해외 사업이 총체적으로 부진했다"면서 "코로나19 감염자수 급증,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소비 둔화 영향으로 화장품과 데일리뷰티 실적이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법인 영업권 손상차손으로 1900억원의 일회성 영업외비용이 발생으로 지난해 4·4분기 1088억원의 순손실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18.15%), LG에너지솔루션(16.3%), 에스원(16.1%), 코스맥스(16.5%)의 공매도 매매비중이 높았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공매도 평균가(공매도 거래대금/공매도 거래량)보다 높게 형성되면 공매도 투자자는 손실을 보고, 반대로 공매도 평균가보다 낮으면 투자자는 이익을 취한다.
투자자의 공매도 단가가 각기 달라 투자자별 실제 수익률은 천차만별이다. 평균가로 보면 대부분의 공매도 세력은 올해 들어 썩 좋은 수익은 아니다. 올해 들어 대기업 위주로 주식이 오른 경우가 많았다.
일단 롯데케미칼, 호텔신라, LG생활건강의 연초 이후 공매도 평균가와 지난 7일 종가를 기준으로 추정한 평균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이다. 이들 공매도 비중 상위 3개 종목 모두 주가는 공매도 평균가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최근 한 달간 공매도 세력이 공매도 친 평균 가격대보다 여전히 주가가 높아 평가손실을 보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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