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생계비대출 15% 너무 높아"
與 "4% 특례보금자리론 인하를"
당국 "재원 한계… 마냥 못내려"
지원금 성격으로 퇴색 우려도
정치권이 금융당국에 "정책금융 금리를 더 낮추라"고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정된 재원으로 상품을 공급해야 하는데 마냥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데다 정책금융이 본래 취지와 다르게 '복지정책'으로 비치고 있어서다. 민간 금융영역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정책금융이 정치권의 입김에 따라 보편복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與 "4% 특례보금자리론 인하를"
당국 "재원 한계… 마냥 못내려"
지원금 성격으로 퇴색 우려도
8일 정치권·금융권에 따르면 여야 의원들의 정책금융 금리인하 압박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김병욱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지난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는 3월 출시 예정인 긴급생계비대출과 관련, "대출한도(100만원)가 적고 금리(15.9%)가 높다는 점에서 생색내기·구색맞추기용 대책에 불과하다"며 "무이자에 가까운 금리로 대출해주는 것이 타당하고, 아무리 높아도 '햇살론 유스' 금리인 3.5%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4%대 금리로 운영 중인 특례보금자리론을 두고도 "추가로 금리를 내려라"라는 압박이 나왔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소득요건 제한 없이 9억원 이하 주택을 가진 1주택자나 무주택자가 4%대 금리로 최대 5억원을 빌릴 수 있는 정책모기지 상품이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가 3%대로 진입하면서 추가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며 "우대형에서만 적용 가능한 우대금리를 일반형으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정된 재원으로 정책금융을 운영해야 하는 금융당국은 난감한 표정이다. 예산 증액 없이 어떻게 대출한도를 늘리고 금리를 내릴 수 있겠느냐는 불만이다. 실제 정치권은 지난해 12월 올해 예산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긴급생계비대출 관련 예산 증액을 논의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례보금자리론은 국고채 5년물과 주택저당증권(MBS)의 금리차 및 기타 비용을 고려해 금리가 조정될 수 있지만, 긴급생계비대출은 은행 등 민간 금융회사가 추가로 지원하지 않는 한 당장 추가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당국뿐 아니라 은행권에서도 "여야가 관치를 넘어서 금융을 통해 정치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정책금융이 민간영역을 보완하는 게 아니라 '복지정책'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책금융은 복지정책과 다르다. 상환을 하지 않아도 되는 복지와 다르게 대출상품 등은 상환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민간 금융영역에서 하지 못하는 걸 보완하는 게 정책금융인데 지금은 취지가 퇴색됐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전 국민 지원금이나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금과 같이 복지 성격을 갖춘 '지원금'과는 다른데 점점 지원금 성격이 짙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복수의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당국은 일단 긴급생계비 대출 등 기존에 발표한 계획대로 상품을 출시하되 향후 재원마련 여력, 시장상황 및 금융안정 등을 고려해 금리인하 등 세부내용을 보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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