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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고준위 방폐장 건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08 18:07

수정 2023.02.08 18:07

고리 임시저장소 건설 의결
영구처분 법안 통과시켜야
한수원이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 발전소 안에 사용후 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을 건설하기로 의결하자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고리원전 전경. /사진=뉴시스
한수원이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 발전소 안에 사용후 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을 건설하기로 의결하자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고리원전 전경. /사진=뉴시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지난 7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부지 안에 사용후 핵연료를 보관하기 위한 건식저장시설을 건설하기로 의결했다. 원전 부지에 경수로 건식저장시설이 건설되는 것은 처음이다.

원전에서는 필연적으로 사용후 핵연료(방사성폐기물)가 나온다. 방사선량에 따라 중·저준위, 고준위 폐기물로 나뉘는데 중·저준위 방폐장은 오랜 진통 끝에 경북 경주에 설치돼 운영 중이다. 한수원은 원전 내 수조 형태의 습식저장시설에 고준위 사용후 핵연료를 임시로 보관하고 있지만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어 시설을 반드시 지어야 한다.
고리원전 저장 수조는 2031년쯤 가득 차게 된다. 원전 외부에 별도의 저장시설을 건설할 때까지 쓸 임시저장소는 2030년쯤 완공된다.

지역 주민들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영구처분장이 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해 10월에도 안건을 의결하려 했다가 지역의 반발에 부딪혀 보류했었다. 의결 소식을 들은 기장군은 "투명한 정보공개와 주민동의 절차 없는 건식저장시설 건설 추진을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건식저장시설은 세계 33개 원전국가 중 22개국에서 운영해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한수원은 밝힌다. 그러나 지역 언론들은 그렇게 안전하다면 수도권에 지으라고 역공한다. 이처럼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건설은 님비(지역이기주의) 현상의 영향을 받는 여러 시설들 중에서도 가장 반발과 저항이 심한 문제다. 힘들게 임시저장소 건설의 첫발을 뗐지만 방폐장 건설 전체로 보면 갈 길은 멀고도 멀다. 임시저장소보다 더 큰 문제는 원전 외부에 지어야 할 사용후 핵연료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이다. 이 시설들을 짓지 못하면 원전 발전을 중단하는 수밖에 없다. 그만큼 중대한 사안이다.

무엇보다 지역민에게 동의를 구해 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이 어렵다. 임시저장소가 다 차기 전에 이 시설들을 완공해야 하는데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린다. 유럽과 미국 등 외국에서도 40~50년 동안 결론을 내지 못할 정도의 국가적 난제다. 1987년 부지 조사에 착수한 프랑스는 2040년대에나 처분장을 운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지 선정작업에 들어가고 그 후 20년 안에 중간저장시설을, 37년 안에 영구처분시설을 건설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목표다. 언뜻 보면 시간이 많은 듯하지만 지난한 과정들을 고려하면 그렇지 않다. 지금부터 정부와 국회가 강하게 밀어붙여도 목표로 잡은 시간 내에 완공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정부나 국회의 강한 의지와 관련 법률 정비가 먼저다. 국회에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이 3건 계류돼 있다.
이 법안들을 속히 다듬고 통과시켜 고준위 방폐장 건립을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서둘러야 한다.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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