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려면 헌법과 법률에 대한 위반이 있어야 한다. 헌법 65조에 규정돼 있다. 야당의 주장은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재난대책본부를 적시에 가동하지 않아 재난안전법, 국가공무원법 등을 어겼다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이 장관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린 상황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무혐의로 판단한 사건인데 헌재가 탄핵을 인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국가적 참사가 발생하면 고위직의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하고 지금껏 그렇게 해왔다. 그러나 그 책임은 정치적·도의적 책임이지 법적 책임은 아니다. 법적 책임을 입증하기도 어렵거니와 법적 책임이 있다 하더라도 중대한 잘못이 있어야 한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을 기각한 헌재가 "사소한 법 위반, 직책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탄핵소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야당이 해임 건의안을 냈다가 수용되지 않자 기각될 가능성이 큰 탄핵소추까지 통과시킨 것은 정치적 공세로밖에 볼 수 없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희석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세간의 뒷말이 터무니없는 게 아니다.
불황이 깊어지는 시기다. 여야가 경제 회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마당에 이 장관 탄핵 의결은 정국을 급랭시킬 것이다. 지금도 화급한 법안들이 국회에 산적된 상황인데 정치일정이 올스톱되면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로 돌아올 것은 자명하다.
정국 대치가 이 지경이 된 데는 이 장관 문책을 포함해 야당과의 협치를 도외시한 여당의 책임도 크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 수사를 하고 형사처벌을 진행하는 과정이긴 하지만, 정치적 책임을 보여주기에는 미흡했다고 본다. 그러잖아도 치솟는 물가와 고금리에 힘들어 죽을 판인 국민들의 속만 타들어간다. 여야는 민생은 안중에도 없단 말인가. 꽉 막힌 정국을 풀기 위한 결단이 필요한 국면이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