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3사 3색 PB브랜드 전략
유통 업체들의 자체브랜드(PB) 전성시대다. 과거엔 '가격이 싸다'는 걸 전면에 내세웠다면 지금은 저렴한 가격은 기본이고 여기에 품질까지 크게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고물가 시대를 맞으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 국내 대형마트 3사의 1월 PB상품 매출도 전년대비 30% 넘게 올랐다. 매출뿐 아니라 상품군도 라면·생수에서 최근 들어선 간편식으로까지 확대돼 3000여종으로 증가했다. 또 PB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실적 개선 역할은 물론, 기술력이 좋은 중소기업 발굴 및 육성에도 큰 도움을 주는 등 경제적 효과를 추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8일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 3사에 따르면 이들 3사의 지난해 PB상품군은 적게는 1500개에서 4000개에 달한다.
■ 이마트, 노브랜드·피코크 '양날개'...특급호텔 셰프까지 동원해 품질 업그레이드
국내 대형마트 1위 이마트는 노브랜드와 피코크를 두 축으로 PB 상품을 전개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노브랜드는 2018년 1300여개의 상품을 지난해까지 1500개로 유지하고 있다. 피코크는 같은 기간 1000여개에서 790개로 나타났다. 핵심 경쟁력에 부합하는 상품 중심으로 엄선하는 과정에서 상품수 최적화를 진행하고 있어서다. 우선 노브랜드는 마케팅과 홍보를 하지 않고 입소문 하나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노브랜드는 최저 가격으로 최적의 상품을 만들어낸다는 기본 철학을 바탕으로 오로지 품질과 가성비로 승부를 하고 있다.
노브랜드의 지난 1월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5.7% 성장하며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인기 상품은 노브랜드 라면 한그릇과 노브랜드 숯불 데리야끼 닭꼬치, 노브랜드 미네랄 워터 등이 있다. 노브랜드 라면은 고물가 속 라면 가격 인상에도 5입 1980원, 개당 396원인 가성비 상품이다. 2016년 출시 이후 가격 변동 없이 동일가를 유지 중이다. 가정간편식(HMR)을 중심으로 한 이마트 자체 식품 브랜드 피코크도 맛과 디자인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인기 상품으로는 초콜릿샌드위치, 새우볶음밥, 의정부식 부대찌개 등이 있다. 이마트는 피코크의 맛을 높이기 위해 신세계그룹 내 조선호텔 등 특급호텔 셰프를 4명이나 채용, 피코크 상품개발팀 산하에서 레시피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롯데마트, 가정간편식 상품군 승부수...'요리하다' 브랜드 리뉴얼 이후 매출 60% 증가
롯데마트는 식품 PB, 그중에서도 가정간편식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2003년 PB브랜드 '와이즐렉'을 출시하고 200여개 품목으로 PB 브랜드 및 상품 운영을 시작했다. PB상품의 중요도와 산업 자체의 성장에 힘입어, 현재 롯데마트는 400여개 제조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4000여개 PB 품목을 운영중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리론칭한 HMR PB브랜드 '요리하다'가 가정간편식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요리하다'는 '집에서 즐기는 셰프의 레시피'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브랜드명을 제외한 콘셉트, 전략, 패키지까지 모든 것을 새롭게 바꿨다.
마케팅층도 명확하게 설정했다. 우선 목표 고객의 범위를 '바쁜 일상 속 미식 생활을 추구하는 30대 워킹맘'으로 명확하게 설정하고 기존 대비 젊은 이미지의 브랜드로 탈바꿈을 시도했다. '요리하다'는 30대 워킹맘이 중요시하는 '미식, 안전한 식재료, 간편함, 트렌드' 등이 새로운 '요리하다'를 구성하는 기초다. '요리하다' 브랜드 리론칭 후 매출(지난해 10월13일~12월31일)을 살펴본 결과,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0% 증가했다. 리론칭 시점에 대표상품으로 새롭게 출시된 아메리칸 차이니즈 콘셉트의 '쿵파오 치킨', '새콤바삭 유린기', '만다린 오렌지 치킨' 등 3개 품목은 출시 한달간 5만개 이상 판매되는 등 인기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롯데마트는 지속적인 PB 제품 출시와 리뉴얼을 통한 PB 라인업 강화를 예정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PB 자체 브랜드인 '홈플러스 시그니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홈플러스 시그니처는 가성비만 좋은 게 아닌 '품질'까지 함께 가져가는 'Selected with Pride'라는 슬로건 아래 홈플러스가 품질과 차별성, 지속적인 사용 만족도 등을 모두 고려해 까다롭게 엄선한 상품만을 선정해 선보이고 있다.
상품 수는 지난 2019년 론칭 당시 930종으로 시작해 2020년 2003종, 2021년 2932종, 2022년 3000종으로 다양한 카테고리의 상품으로 점차 확대하고 있다. PB 매출 비중 또한 2019년 5.6%에서 2022년 기준 9%에 육박할 만큼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홈플러스 시그니처의 대표 상품은 단연코 '홈플러스 시그니처 물티슈'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출시 한달 만에 100만개 판매를 돌파할 만큼 시작부터 좋은 반응에 힘입어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 4260만여개를 기록했다. 1개에 불과 1000원짜리 상품 1종으로만 무려 42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한 것이다. 아울러 지난 17일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프라이팬 시험·평가 결과에서 '홈플러스 시그니처 IH티타늄 단조 프라이팬'이 내구성과 가성비 모두 우수한 상품으로 선정되며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신선식품에서도 약진이 눈에 띈다. 특히 물가안정을 위해 '위풍당당 프로젝트' 일환으로 선보인 우유, 두부, 콩나물, 생수 등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중 '홈플러스 시그니처 1A 우유'의 매출 신장률은 294%를 기록했다. 홈플러스는 이런 성과에 힘입어 올해는 '위풍당당 프로젝트'를 연중 지속해 '가성비 좋은 마트'로 입지를 더욱 단단히 다져나갈 계획이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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