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린이 탈출기 #14] 공모주의 공모가 분석하기
[파이낸셜뉴스] 여러분 혹시 지난번에 배운 ‘공모주’ 기억하시나요? 증권시장에서 데뷔하면서 일반 투자자들에게 기업을 알리고 투자를 받게 되는 종목이 공모주였죠. 작년까지 증권시장의 분위기가 안 좋았지만, 올해 들어 일부 공모주가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된 후 상한가 마감)' 행진을 이어가면서 주춤했던 공모시장에도 활기가 돌고 있어요.
특히 오는 23일에는 '시가총액 1조원'까지 이야기가 나오는 이커머스 기업 ‘오아시스’의 상장이 기다리고 있는데요. 이 기업에 대해 '지나치게 공모가가 높다', '이커머스 기업은 수치로 평가할 수 없다' 등의 이야기가 많습니다.
지금부터 오아시스는 어떤 기업인지, 공모기업이 투자해도 좋을지 함께 알아보러 가보실까요?
오아시스?..."새벽배송 유일 흑자기업!"
지난 2011년 설립된 오아시스는 친환경, 유기농 상품을 유통·판매하는 기업이에요. 2013년에 오프라인 직영 매장 운영을 시작으로 성장했어요.
2018년에는 오아시스 마켓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출시해 신선식품 새벽 배송하고 있습니다. 혹시 마켓컬리, 쓱닷컴과 비슷하게 느껴지셨나요? 실제로 이들은 유사한 점이 많아 자주 비교 되곤 했습니다.
오아시스는 이커머스 새벽배송업체 중 유일한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요. 오아시스는 산지에서 바로 가져와서 판매하는 직소싱 전략, 자체 브랜드(PB) 상품, 자체 개발한 물류 솔루션 ‘오아시스 루트’ 등이 흑자 요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아시스의 실적을 살펴보면 재작년 오아시스는 3569억2900만원의 매출액과 56억8300만원의 영업이익 44억19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어요.
지난해 3·4분기까지 매출도 양호합니다. 지난해 3·4분기 기준 누적 매출액은 3118억200만원이고, 영업이익은 76억9700만원, 당기순이익은 30억5000만원을 기록했어요.
쿠팡과 비교해도 고평가?!
새벽배송 기업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인데, 당연히 청약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요?
잠깐 멈춤! 공모주는 보통 시장 예상 가격보다 저렴하게 책정돼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주식이라고 배웠죠. 따라서 오아시스의 기업 가치(밸류에이션)도 함께 고려해야 해요. 지난 시간에 배운 밸류에이션 지표인 주가매출비율(PSR), 주가수익비율(PER) 등을 적용해 봅시다.
가장 먼저 주가매출비율(PSR)을 따져 볼게요. PSR은 시가총액에서 매출액을 나눈 값을 의미합니다. 보통 PSR이 1보다 클 경우 주식 가격이 주당 매출액 보다 크다고 해석됩니다. 즉 고평가라고 평가될 수 있죠. 반대로 1 아래면 저평가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오아시스의 경우 시가총액은 예상 시가총액 하단 기준 9679억원을 기준으로 잡았습니다.
오아시스의 PSR은 지난해 매출액 기준 2.32이에요. 쓱닷컴을 운영하고 있는 이마트와 비교해볼까요. 이마트의 PSR은 지난해 매출액 기준으로 0.09입니다. 이마트는 유통 기업이라 성격이 다르다고요?
그럼 쿠팡과 비교해보겠습니다. 쿠팡의 재작년 매출액 기준 PSR은 1.58, 올해 매출액 기준 1.07로 오아시스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오아시스 PER은 238배
매출보단 이익이 중요하다고요?! 그럼 주가수익비율(PER)을 따져볼까요? PER는 주가에서 주당순이익(EPS)을 나눈 값입니다.
오아시스의 경우 주당 순이익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시가총액에서 당기순이익을 나눠서 계산했습니다.
오아시스의 지난해 실적 기준 PER는 238배입니다. 매우 높은 멀티플(배수)입니다. 반면 이마트의 PER는 3.14배, 쿠팡의 PER는 80.28배입니다.
시장에서는 밸류에이션 지표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오아시스와 같은 성장주는 차별화된 경쟁력과 성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기본적으로 높은 PER를 가지고 있어요. 다만 투자 전 기업의 주가가 기업 가치에 비해 적정 수준인지 고려해볼 필요가 있어요.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이커머스 업종은 밸류에이션 계산이 쉽지 않아서 투자자들도 어려운 점이 있다”며 “지난해 기준으로 밸류에이션을 평가하면 공모가가 비싼 것이 사실”이라고 조언했어요.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도 밸류에이션에 우려를 표했어요. 그는 “오아시스와 같은 이커머스 기업들은 실적이 거의 없어서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부족하다”며 “코로나 시국에는 온라인 성장이 가팔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서 시장 자체 밸류에이션이 높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어요.
유통 물량도 적은데 흥행할 수 있을까
공모주를 볼 때 또 하나 고려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시장에서 유통될 수 있는 주식 수와 그 비율입니다.
유통주식수는 고객과 거래되는 주식의 양을 의미해요. 유통되는 주식 수가 너무 많으면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요.
상장 후 오아시스의 유통가능 물량은 전체 주식의 45% 수준이에요. 최근 따상에 성공했던 미래반도체, 스튜디오미르, 오브젠 등이 20% 대였음을 감안하면 약 2배 가량 높은 수치에요.
업계 관계자는 “연초 상장을 준비한 기업은 첫날 공모주 공모 물량을 포함해서 25% 내외의 유통 주식수를 가지고 있었으나 오아시스는 유통주식수 비율이 40% 이상이기 때문에 투자자의 관점에서 부담스럽다”며 “장기적 투자 관점이라는 입장도 있지만 락(보호 예수)이 없는 상태에서 이러한 입장은 투자자들 관점에서 믿기 어렵다”고 말했어요.
그는 이어 “공모주 청약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투자자들이 매수를 했을 때 이익이 날 수 있는가”라며 “오아시스의 공모가는 하단을 뚫고, 예상보다 매우 낮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어요.
즉, 전문가들은 밸류에이션이 고평가 돼 있고, 유통 물량도 많은 오아시스가 공모 과정에서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보는 것 같습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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