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고발 화제작 두편
노동 착취 현장 다룬 ‘다음 소희’
현장실습생 비극적 실화 영화화
칸 영화제 수상작 ‘성스러운 거미'
이란사회 뿌리 깊은 여성혐오 알려
언어·문화 다르지만, 두 영화 모두
사회적 약자 외면받는 현실 꼬집어
노동 착취 현장 다룬 ‘다음 소희’
현장실습생 비극적 실화 영화화
칸 영화제 수상작 ‘성스러운 거미'
이란사회 뿌리 깊은 여성혐오 알려
언어·문화 다르지만, 두 영화 모두
사회적 약자 외면받는 현실 꼬집어
■현장 실습생의 잇단 죽음 '다음 소희'
"학생이 일하다 죽었는데, 누구 하나 내 탓이라는 데가 없다." 극중 배두나가 회사와 학교, 교육청까지 돌다가 울분을 토하며 하는 말이다. 제75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인 '다음 소희'는 2017년 1월 통신회사의 하청업체인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갔다가 3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열여덟 여고생의 실화를 영화화했다.
고인이 일한 해지 방어 부서는 실적 압박과 감정노동 강도가 매우 높아 평균 근속연수가 8개월에 불과했다. 또 2014년 해당센터 상담사가 노동착취를 폭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고, 2016년에는 퇴사자가 입사자보다 많았다고 한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 '실습생' 신분으로 일을 시작한 소희(김시은 분)는 수시로 고객의 폭언과 야근에 시달린다. 회사는 직원의 죽음을 감추는데 급급하고, 높은 성과를 달성해도 갖가지 이유로 인센티브 지급을 미룬다. 학교는 취업률 운운하며 학생이 처한 현실을 외면한다.
영화는 소희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담담하게 담은 전반부와 형사 유진(배두나 분)이 극단적 선택 이면을 파헤치는 후반부로 나뉜다.
평소 아동·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는 배두나는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여러 차례 분노했다. 어떤 장면을 찍기 전에는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 배두나는 "(죽기 전 소희처럼 유진도) 막막함과 참담함, 모멸감을 느꼈다"며 "이 영화가 소희와 같은 처지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주리 감독은 "촬영을 준비할 때 여수에서 따개비를 따다가 학생이 죽었는데 그 학생 또한 현장 실습생이었다"며 "소희만의 이야기가 아닌 그 이전, 어쩌면 그 다음이 영원히 반복돼야 하는 것인지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종교적 의무" 운운하며 여성 살해한 이란의 연쇄살인범
지난해 발생한 '히잡 미착용 20대 여성 의문사' 사건에서 알수 있듯 이란은 뿌리 깊은 여성 차별과 억압의 역사를 갖고 있다. 제75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성스러운 거미'는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 이란 최대 종교도시 마슈하드에서 일어난 거리 여성 연쇄 살인사건을 스크린에 옮겼다.
이 영화는 2001년 체포돼 이란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일명 '거미 살인'의 범인 사이드와 그를 인터뷰하고 재판 과정을 기록한 여성 저널리스트를 모델로 한 허구의 캐릭터 '라히미(사진)'가 주인공이다. 1년 사이 16명의 여성을 살해한 살인자는 놀랍게도 세 명의 자녀를 둔 평범한 가장이자 이란·이라크전 참전용사였다.
그는 재판에서 "더러운 여성들을 죽여서 도시를 청소하는 종교적 의무를 행했을 뿐"이라며 결백을 주장했고 이란의 보수 언론과 일부 대중은 그를 '영웅'이라 칭송했다.
'성스러운 거미'는 라히미가 연쇄살인범을 찾기 위해 집요하게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이란 사회의 뿌리 깊은 여성혐오를 드러낸다. 비단 거리의 여성뿐 아니라 엘리트에 해당되는 라미히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범인이 체포된 후 벌어지는 이란 사회의 풍경은 범인이 여성의 목을 졸라 그 숨이 넘어가는 장면 못지않게 공포스럽다. 특히 이웃 어른들의 칭찬에 아버지의 살인을 자랑스러워하는 어린 아들의 모습은 여성혐오가 대물림된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알리 아바시 감독은 "일부 사람들이 사이드를 영웅으로 칭송하면서 이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이란의 모든 매체에서 여성들은 천에 얼굴을 파묻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로 비인간화됐다"며 꼬집었다. 라히미를 연기한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는 "지금 이란에는 자유를 위해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수천 명의 진짜 라히미들이 있다"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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