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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 여행객의 성지, 방콕... 그안에 숨은'마지막 정글' [Weekend 레저]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10 04:00

수정 2023.02.10 04:00

1960~70년대 태국의 자연을 간직한 방 크라차오
차오프라야 강에 둘러싸인 열대우림 섬
카오산 동남쪽, 도심과 몇십분 거리지만
여행객 몰리며 이름 알린지는 얼마 안돼
시나컨꾸언칸 공원과 아기자기한 카페 등
자전거 투어로 쉬엄쉬엄 돌아보기 좋아
이국의 향기 느껴지는 사원도 9개나 있어
방 크라차오는 태국 방콕 시내를 관통하는 차오프라야 강에 둘러싸인 열대우림 지역으로 흔히 '방콕의 허파' '방콕의 안식처'로 불린다. 차오프라야 강 너머로 방콕 시내가 보인다. 태국관광청 제공
방 크라차오는 태국 방콕 시내를 관통하는 차오프라야 강에 둘러싸인 열대우림 지역으로 흔히 '방콕의 허파' '방콕의 안식처'로 불린다. 차오프라야 강 너머로 방콕 시내가 보인다. 태국관광청 제공

【파이낸셜뉴스 방콕(태국)=이환주 기자】 인간관계에서 '한 사람과 오래 만나기', '여러 사람과 짧게 만나기' 중 고르라면 단연코 첫 번째다. 하지만 여행에서 '한 도시를 오래 보기', '여러 도시를 짧게 가기' 중 고르라면 어쩐지 후자다. 세상에 많고 많은 길들이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는데 한 곳이라도 덜 서운하게 만들고 싶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는 일부러 두 번을 찾게 만드는 마성의 여행지가 있다.
그 중 한 곳이 바로 '방콕의 허파'라고 불리는 '방 크라차오'다.

배낭 여행객의 성지, 방콕... 그안에 숨은'마지막 정글' [Weekend 레저]

■그때도 좋고 지금도 좋았다

방 크라차오를 처음 찾은 것은 지난 2017년 1월이었다. 당시에는 구글과 네이버에 한글 검색을 하면 관련된 자료를 거의 찾을 수 없던 시절이었다. 대학시절 한국어 도우미 활동을 통해 알게 된 태국 친구가 "태국 현지인이 좋아하는 곳"이라며 USA투데이의 기사와 함께 추천해준 것이 전부였다. 기사 제목은 '방콕의 허파 방 크라차오 발견하기'였다. 전세계 배낭여행객의 성지 카오산 로드, 왓 아룻 사원, 왕궁, 수상시장 등 매력적인 곳이 넘치는 방콕이었지만 마음 속 1위는 단연 방 크라차오였다. 5년이 지나 이곳을 다시 찾았다. 그때도 좋고, 지금도 좋았다.

방 크라차오는 방콕 시내 중심부에 위치하며 차오프라야 강에 둘러싸인 열대우림 지역이다. 방 크라차오를 지도에서 살펴보면 '돼지의 위'를 닮은 모양이다. '방콕의 허파', '방콕의 안식처'라고도 불리며 활기찬 도시와 달리 1960~70년대 자연 그대로의 방콕을 품고 있어 '시간이 멈춘 곳'이라고도 불린다. 열대우림 트레킹을 하기 위해 많이 찾는 '치앙마이'를 방콕에서 대신 즐길 수 있는 장소다.

방 크라차오는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원데이 자전거 투어'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하지만 지난 몇 년동안 여행지로의 개발은 늦은 편이었다. 과거 여행객들이 몰렸던 카오산의 현지 여행사들이 방콕에서 너무 가까워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2010년부터 새로운 곳을 쫓아 모험을 즐기는 유럽인들이 방 크라차오를 발견하고, 자전거 투어 상품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수년전부터 떠오른 'ESG', 친환경 여행지로 일찌감치 낙점된 것이다. 실제로 호텔스닷컴은 지난해 '지속가능한 여행지'로 방 크라차오를 선정했다. 친환경적 여행지로 자전거를 타며 커피숍, 수상 시장, 불교 사원 등 볼거리도 많기 때문이다.

배낭 여행객의 성지, 방콕... 그안에 숨은'마지막 정글' [Weekend 레저]
배낭 여행객의 성지, 방콕... 그안에 숨은'마지막 정글' [Weekend 레저]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방 크라차오는 '원데이 자전거 투어' 장소로도 유명하다. 맨위 사진부터 방 크라차오로 여행객을 실어나르는 롱테일 보트, 버드타워 위에서 내려다본 자전거 투어 여행객들, 방 크라차오 안에 있는 자전거 대여소. 사진=이환주 기자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방 크라차오는 '원데이 자전거 투어' 장소로도 유명하다. 맨위 사진부터 방 크라차오로 여행객을 실어나르는 롱테일 보트, 버드타워 위에서 내려다본 자전거 투어 여행객들, 방 크라차오 안에 있는 자전거 대여소. 사진=이환주 기자

■4000원의 행복, 원데이 자전거 투어

방 크라차오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트를 타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클롱토이 시장 인근에 있는 클롱토이 사원에서 롱테일 보트를 타고 가는 방법이다. 방콕 지하철인(MRT) 클롱토이역에서 차나 오토바이로 몇 분이, 방콕 시내 중심인 아속 거리에서는 차로 15분 정도 거리다. 지상철(BTS) 방나역과 가까운 방나 사원에서 갈 수도 있다. 방콕 시내 선착장에서 롱테일 보트를 타고 10분 정도 강을 건너면 방 크라차오에 도착한다. 롱테일 보트 가격은 편도 10밧(380원 정도)이다. 방 크라차오에 도착하면 자전거 대여점에서 진열된 수많은 자전거가 한 눈에 들어온다. 보통 반나절(6시간)을 빌리는데 100밧(3800원) 수준이다.

자전거를 빌리고 길을 따라 5분 정도 가다보면 가장 먼저 시나컨꾸언칸 공원을 만나게 된다. 자전거를 타고 전체를 돌기 위해서는 30분가량 걸리는 꽤 큰 규모의 공원이다. 공원 내에는 큰 호수가 있는데 물고기 밥을 사서 주거나, 강을 유유히 헤엄쳐 가는 어른 다리 길이의 물 도마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공원 내에 새를 관찰 할 수 있는 4~5층 높이의 '버드 와칭 타워'도 있다. 공원에 가는 중간에 개인 소유 박물관인 '샴 파이팅 피쉬 갤러리'도 만날 수 있다. '베타 피쉬'로 불리는 물고기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수컷 베타는 화려한 색깔과 아름다운 지느러미로 과거 TV광고의 단골 모델로도 등장했다. 수컷 베타는 한 공간에 두면 서로 죽을 때까지 싸우기 때문에 '파이팅 피쉬'라고도 불린다.

자전거 페달을 밟고 달리다 보면 곳곳에서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카페를 만날 수 있다. 반드시 들려야 할 곳 중 하나로 '히든 우드 카페'를 추천한다. 구글 맵에 'Hidden Wood'를 검색하면 찾을 수 있는 곳으로 열대우림의 깊숙한 곳에 숨어 있다.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카페로 차오프라야 강을 바라보는 데크에서 음료를 마실 수 있다. 꽃미남 떡잎이 있는 4살배기 꼬마 신사가 커피를 서빙해준다.

■방남풍 수상시장, 다양한 사원들

방남풍 수상시장은 방 크라차오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주말에만 운영을 하는 것인지 평일에 갔을 땐 운영을 하지 않았다. 버마 몬족 후손들이 주축인 방 크라차오 주민들이 운영하는 상설 수상시장으로 각종 과일과 간식, 수공예품 등을 판다.

방남풍 수상시장 인근에는 커피도 마실 수 있고 숙박도 가능한 '트리하우스'가 있다. 숲속의 나무집에서 숙박이 가능해 시간 여유가 있는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방 크라차오에는 총 9개의 사원이 위치한다.
구글 맵을 켜고 자전거 페달을 밟다보면 수많은 불교 사원과 초대형 코끼리 신(왼쪽 사진)의 모양을 한 동상, 푸짐하게 배가 나와 있는 금불상 등 다양한 불상 조각 앞에서 인증샷을 찍을 수 있다.

방 크라차오를 처음 찾게 만든 외신의 한 구절은 "여행객들은 믿지 못할지 모르지만 혼잡한 방콕의 중심부에서 불과 몇 분 거리에 신선한 공기와 평화로운 곳이 있다"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은 10년 전에도, 지금도 참이었다.

hwle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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