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가 의혹 폭로
[파이낸셜뉴스] 현직 부장판사가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해 대법관 임명 시 심사 과정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어기고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이 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특정 후보 3명을 거론해 미리 추천 결과를 유도했다며 추가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1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송승용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망 게시판을 통해 "대법원장은 헌법재판소 재판관 지명권을 적정하게 행사해야 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날 송 부장판사는 2020년 7월 권순일 전 대법관의 후임 제청 과정에서 법원 행정처 관계자가 추천위원장에게 특정 후보를 거론했다는 것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후보는 이흥구 현 대법관으로 알려졌다. 이 대법관은 최종 후보 3인에 든 뒤 후보추천위 추천과 대법원장의 제청, 대통령 임명을 거쳐 대법관이 됐다. 이 대법관은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을 가진 최초의 대법관이기도 하다.
송 부장판사에 따르면 당시 추천위원장은 안희길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으로부터 '이 대법관이 눈여겨볼 만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당시 심의관은 한 신문 칼럼을 뽑아와 이 대법관을 추천을 했는데, 칼럼 속에는 "김 대법원장이 사석에서 '내가 아는 판사 중 최고'라고 극찬했다는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관"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김 대법원장과 이흥구 대법관은 우리법연구회출신이다.
이에 대해 송 부장판사는 "만일 인사총괄심의관의 행동에 대법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면 대법원장은 스스로 공언한 제시권 폐지를 뒤집고 간접·음성적이고 보다 교묘한 방식으로 위원장님께 제시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2018년 대법원장의 대법원장 후보 제시권을 없애고 추천위에서 실질적으로 후보 심사를 할 수 있도록 대법관후보추천위 규칙 일부를 삭제한 바 있다.
송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의 부당한 제시권 행사에 그치는 게 아니라 헌법상 보장된 대법관의 제청권까지 무분별하게 남용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안희길 심의관은 "인사총괄심의관이 추천위원장에게 심사자료 전달과 함께 제청 절차 전반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라며 "하던 대로 절차를 설명하고 질문에 답했을 뿐이지만 그것이 오해를 살 수 있는 점까지 고려하지 못해 송구하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송 부장판사는 같은 날 밤 이 대법관 외 김 대법원장이 추천에 개입한 후보가 2명 더 있었다고 추가 의혹을 폭로했다.
송 부장판사는 "심의관이 위원장님께 '눈여겨볼 만하다'라고 언급한 분은 이 대법관 말고도 2분이 더 계셨다"라고 밝혔다.
규칙상 추천위가 추천하는 후보자는 제청 인원의 3배수 이상이어야 한다. 송 부장판사는 이를 고려해 당초 3명을 추천위원장에게 거론한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송 부장판사는 "이 대법관을 제외한 나머지 2분은 추천회의에서 후보자로 추천되지 못했고 본인의 의지나 인식과 무관하게 심의관에 의해 거론됐을 가능성이 있어 굳이 성함을 밝히지 않았다"라고 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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