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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이 정도 지방 소멸 대응으로 인구 절벽 위기 넘기겠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10 15:07

수정 2023.02.10 15:29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에서 열린 제3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에서 열린 제3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인구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지방소멸대응기금 개선을 직접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10일 전주시 전북도청에서 제3회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인구 문제가 심각한 지역 중심으로 배분될 수 있도록 기준을 개정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첫 도입된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첫 해 7500억원이 집행됐다. 이어 올해부터 2031년까지 매년 1조원이 지원된다. 시·도에 25%, 시·군·구에 75%를 배분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논의된 개선 방안의 뼈대는 크게 두 갈래다. 우선, 기금을 나눠줄 때 인구감소가 심각한 지역에 가점을 부여해 더 주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사업의 발전 가능성과 지역의 특성을 평가에 반영한다는 점이다.

현 정부가 지방소멸대응기금 시행 초기에 서둘러 개선책을 마련한 건 박수를 보낼만한 일이다. 지난해 첫 기금 집행 때 지자체의 기대와 함께 불만도 컸기 때문이다. 인구감소 대상에 지정된 수도권 대도시와 지방 산간 지역을 기계적으로 기금배정 규모를 비슷하게 정한 게 대표적이다. 이날 정부가 기금 배분시 가점을 부여키로 한 것은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한 조치다.

다만, 평가 보완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이 부족하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숱한 비판을 받았다. 기금이 주로 생활 인프라에 편중돼 지방소멸대응이라는 목적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해당 지자체장의 공약 이행을 위한 '실탄'으로 남용된다는 우려도 있다. 중앙정부가 제공하는 기금을 '눈먼 돈'으로 보는 기획컨설팅 업자들의 배만 불렸다는 부작용마저 거론된다. 그래서 지방소멸이라는 위기를 볼모로 확보한 1조원이라는 거금을 둘러싸고 다툼이 벌어지는 것이다.

물론, 지방소멸대응기금에 대한 맹목적 비난은 합리적인 제도 손질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지역의 인구감소를 막는 만능키가 아닌데도 1조원짜리 기금에 너무 많은 기대를 품어선 안된다. 기금외에 다양한 제도적 재정적 지원 포트폴리오가 짜여 있어서다. 가령 인구감소지역 지원을 위한 보통교부세를 2조원으로 확대하고 인구감소지역 이전 기업 소득세·법인세 감면,인구감소지역 창업 기업 취득세·재산세 감면 등을 꼽을 수 있다.

정부가 제시한 지방소멸대응기금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조원이라는 한정된 자원으로 배분 기준과 평가를 단순 보강해서야 어떻게 인구절벽 문제를 역전시킬 수 있겠나. 보여주기식 사업에서 벗어나는 철저한 평가가 우선돼야 한다. 아울러 지역별 정치논리에 따른 나눠먹기 행태를 타파해야 한다.
지자체의 파괴적 혁신에 바탕을 둔 사업 아이디어를 과감하게 밀어줘야 한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이 기존의 유사·유관 사업 베끼기에 그친 곳에 사용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방소멸 대응은 지자체간 치열한 시장경쟁 원리가 도입돼야 비로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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