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회장의 품질경영이 모든 것을 바꿨다
GM·도요타 제치고 2년째 '품질왕' 올라
GM·도요타 제치고 2년째 '품질왕' 올라
[파이낸셜뉴스] 미국 시장 진출 초기인 지난 1994년 "다시 구매하고 싶지 않다"(미국 컨슈머리포트)던 악평이 쏟아졌던 현대차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평가가 30여년 만에 "다시 사고 싶은 차" "3년 간 타보니 가장 만족스러운 차"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후 가장 극적인 변화 중 하나로 현대차·기아의 품질관리를 지목하고 있다. 현대차를 바라보는 해외의 평가는 최근 1~2년 사이 크게 달라졌다. 해외에서 더 먼저 알아주다보니, 현대차그룹 내에선 "'품질왕' 이라는 해외 기관의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정작 국내 소비자들이 잘 몰라준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내연기관차 시대 축적한 기본기에 전동화의 선제적 대응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美 3년 사용후기 만족도 2년째 1위'
연초 '유럽 올해의 차', 북미지역 자동차 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북미 올해의 차' 선정 소식을 알린 현대차그룹에 또 하나의 낭보가 날아들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제이디파워(J.D.Power)가 발표한 '2023 내구품질조사'(VDS)에서 16개 글로벌 완성차 기업(총 31개 브랜드)중 현대차그룹이 미국 본고장의 자동차 제왕인 제너럴모터스(GM), 품질의 교본으로 불리는 도요타를 제치고, 2년 연속으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에겐 다소 생소한 제이디 파워의 자동차 내구품질조사는 차량 구입 후 3년이 지난 고객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말하자면, '3년 사용 후기'다. "중고차로 팔 때 제 값을 받을 수 있느냐"는 척도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미국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구매할 때 주의깊게 보는 지표 중 하나다. 조사 대상 차량은 지난 2019년 7월부터 2020년 2월까지 미국에서 판매된 총 31개 브랜드, 227개 모델, 3만62대의 차량이다.
불만 사항을 체크해 집계하는 방식인데, 불만 건수가 높을 수록, 점수가 올라가는 구조다. 역으로 점수가 낮을수록 품질 만족도가 높다는 뜻이다. '불만족도 측정'인 셈이다. 이 평가에서 현대차그룹은 160점으로 도요타(163점), 제너럴모터스(165점) 보다 불만족도가 낮게 나타났다. 이 평가에 편입된 지 몇 년 안되는 제네시스의 약진(고급브랜드 포함 전체 2위), 기아의 탄탄한 수성(대중 브랜드 1위)이 전체 종합평가를 견인했다.
앞선 지난 7일(현지시간)에는 미국의 자동차 평가 전문 웹사이트인 카즈닷컴이 아이오닉5가 경쟁차종인 쉐보레 볼트 EV, 포드 F-150 라이트닝을 제치고 '최고의 전기차'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품질 문제라면 자존심 따지지 마라"
현대차는 미국시장 진출(1986년) 초기엔 고질적인 품질 문제로, 소비자들의 악평은 물론, 일본·미국차들의 흑색선전의 먹잇감이 되기 십상이었다.
'10만 마일, 10년 보증' 이란 업계 최초의 공격적 품질 마케팅으로 공세를 퍼부었고, 아반떼(미국명 엘란트라)의 견고한 선전 속에 제네시스, 기아의 선전으로 36년 만인 지난해 말 판매 1500만대 돌파를 기록했다. 자동차 사업, 본연인 품질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여느 화려한 마케팅도 모래성같이 허물어지는 법이다. '북미 올해의 차' 선정, '제이디파워 종합 1위'란 결과는 더 이상 품질에 관해서라면 독일, 미국, 일본차에 비해 밀리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임직원과의 만나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품질개선을 빼놓지 않고 얘기하고 있다.
2021년 3월 임직원 타운홀 미팅에서는 "품질 개선 문제라면 자존심을 따지지 않겠다"고 말했으며, 지난달 3일 그룹 신년회에선 "품질은 특정 분야가 아닌 우리 모두의 과제"라며 "생산·판매·애프터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고품질로 고객에게 만족을 넘어 감동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현지에서 100m아래 절벽으로 추락한 엘란트라(아반떼)내부의 탑승자들이 무사히 목숨을 건진 사건도 자동차 메이커로서 안전성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는 일화 중 하나다.
현대차의 품질관리는 다음 도전 과제로 향하고 있다. 전동화, 소프트웨어로 규정된 차(SDV)등 자동차 구동의 원리가 바뀌면서 내연기관차 시대와는 다른 형태의 품질관리와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정 회장은 연초 프랑스 르노자동차로부터 베테랑 품질·안전 전문가인 필리페 게랑부토 전 르노 품질·고객만족 부사장을 영입, 글로벌 상품기획본부(PDO)로 임명했다.
'33년 르노맨'인 그는 품질과 안전관리 베테랑으로 알려졌다.
아날로그 시대, 내연기관차의 품질관리와 향후 전동화 시대의 디지털 품질관리는 또 다른 차원의 얘기다. 정 회장이 "전자회사 보다 더 치밀해져야 한다"고 주문하는 이유다. 소프트웨어, 전동화, 자율주행 등 인재 영입도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IT분야 우수 인재들을 대거 영입, 이미 국내 IT업계에서 가장 경계하는 회사가 현대차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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