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대북송금(외국환거래법 위반) 목적 중 하나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을 공소장에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관련 혐의 공범 5명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포함하지는 않았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김 전 회장의 공소장에 외화 밀반출의 목적을 △경기도의 북측 스마트팜 사업 비용 대납(500만 달러)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300만 달러) 대납 등을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참석해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 부위원장 리종혁, 부실장 송명철 등과 남북경제협력사업을 논의하던 중 북측 인사로부터 '경기도의 방북 요청'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북측은 '경기도가 이전부터 계속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요청하고 있는데,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300만 달러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제안을 김 전 회장에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대납하는 문제를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 등과 상의하고, 2019년 11∼12월 임직원 수십 명에게 300만 달러를 나눠 소지품에 숨긴 채 중국 선양 출국하게 한 뒤 조선아태위 부실장 송명철에게 전달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스마트팜 비용 대납은 이 전 부지사의 요청이 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에게 '북한에 스마트팜 비용을 지급하지 않으면 경기도 대북사업이 어려워진다. 쌍방울이 경기도를 대신해 스마트팜 비용을 북한에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파악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로서도 대북사업에 경기도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경기도가 추진하는 이권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얻기 위해 대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로부터 향후 쌍방울이 추진하는 대북사업을 비롯한 각종 이권 사업에 도움을 받는 대가로 이 전 부지사에게 법인카드 및 차량 제공 등으로 3억3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뇌물 2억6000만원 포함)을 제공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쌍방울 그룹과 김 전 회장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돈으로 대납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봤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공범으로 방용철 부회장, 김 전 재경총괄본부장, 이 전 부지사, 안 아태협 회장 등 5명을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북비용 대납'에 거론된 이재명 대표는 공범으로 거론되지 않았다.
다만 검찰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공소장에 '경기도 관계자'라는 표현을 언급해 향후 수사로 추가 공범을 밝혀낼 여지를 남겼다.
지난 3일 김 전 회장을 구속기소한 검찰은 '최소 50만 달러 이상 더 대북송금했다'는 진술을 토대로 추가 혐의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또 대북송금 배경에 대가와 부정한 청탁은 없었는지 등 뇌물 및 제3자뇌물 혐의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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