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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국가 제재 보란듯… 러 '원유 감산' 카드 꺼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12 19:31

수정 2023.02.12 19:31

내달부터 하루 50만배럴씩 줄여
석유 가격상한제 보복조치인 듯
국제유가 상승폭은 1.3% '미미'
러, 전쟁비용 조달에 독 될수도
러시아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공조 없는 이례적인 단독 감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11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다음달부터 산유량을 약 5% 줄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하루 50만배럴이 줄어들 전망이다. 서방의 러 석유 가격 상한제 등 제재에 대한 보복이다. 러시아의 감산 예고로 국제유가는 뛰었다.


그러나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맞서 칼을 빼들었다기보다는 제재로 석유를 판매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자 아예 감산으로 방향을 튼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 감축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제재가 이어지면서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다. 러시아는 지난해에도 유럽의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천연가스 유럽 수출 대부분을 중지했다.

그렇지만 에너지 공급 감축이 심각한 충격을 몰고 오지는 않았다. 단기적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기는 했지만 유럽의 에너지 절감 대응, 수입선 다변화 속에 다시 안정을 찾았다. 러시아의 이번 석유 감산 역시 일부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러시아가 가격결정력을 좀 더 높일 수는 있겠지만 미국, 유럽 등 세계 주요 지역의 불확실한 경기 전망으로 인해 충격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온다.

유가 상승폭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이날 초반 상승폭을 일부 반납해 전일비 1.3% 오른 배럴당 85.58달러에 거래됐다.

러시아는 되레 이번 감산으로 석유수출로 벌어들이는 돈이 더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감산 충격으로 유가가 큰 폭으로 뛰지 않으면 수출 물량이 줄어든 것을 유가로 보전하지 못하면서 총수출액 자체가 쪼그라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비용 조달이 시급한 러시아로서는 치명적일 수 있다. 특히 여러 경제적 문제점들이 러시아 경제를 옥죄고 있는 상황이어서 주요 외화벌이 수단인 석유수출이 부진하면 러 경제가 흔들릴 위험이 높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정부가 대규모 전비 지출을 지속하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되살아나고 있다면서 조만간 금리인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러시아 재무부가 6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러시아의 석유·가스 판매 수입은 1년 전에 비해 거의 반토막 났다. 주요7개국(G7)의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유가 상한제 실시로 러시아 유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반면 군사비 지출이 대폭 늘면서 지난달 러시아 정부 지출은 59% 폭증했다.
재정수입이 줄어든 가운데 지출이 대폭 늘자 러시아 정부는 결국 적자를 메우기 위해 비상금을 털기 시작했다.

지난해 러시아 경제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제재에도 불구하고 예상과 달리 큰 타격을 받지 않았지만 올해에는 석유 판매대금이 급속히 줄어들면서 타격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러시아 전비가 증가하고, 경제 고립이 심화하면서 경제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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