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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세진 '바이 아메리칸', 전략 못바꾸면 백전백패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12 20:11

수정 2023.02.12 20:11

바이든 "SOC자재도 미국산"
케이블 등 수출 기업들 비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EPA·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EPA·AP=연합뉴스
미국의 '바이 아메리칸(미국산 구매)' 압박이 갈수록 세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국정연설을 통해 "연방 사회기반시설 사업에 쓰이는 모든 건설자재를 미국산으로 할 것"이라며 새로운 기준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도로, 교통, 수도, 초고속인터넷 등 연방 재정을 통해 지원되는 모든 인프라에 적용될 전망이다. 연설 다음 날 연방 관보에 게시된 세부지침에는 구체적인 건설자재 종류 8가지가 나와 있다. 비철금속, 플라스틱, 유리, 광섬유케이블, 목재, 건식 벽채 등이다.


바이든의 바이 아메리칸 행보는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더 보폭이 빨라지고 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쏘아 올린 '아메리카 퍼스트'를 바이든은 법과 제도로 구축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은 집권 후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까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수도 없이 피력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반도체과학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바이오 행정명령이다. 지난 2021년 제정된 인프라투자법엔 이미 철강, 제조품, 건축자재를 미국산으로 규정한 조항도 있었다.

바이든이 노리는 것은 미국 제조업 부활과 중국 견제다. 기존 글로벌 공급망을 흔들어 중국의 시장 확장을 막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조는 미국만의 일도 아니다. 보호무역, 블록경제 체제는 이제 시대 흐름이 됐다. 유럽연합(EU)도 중국산을 배제한 핵심 원자재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에선 서방 국가 간 결속이 이뤄진다. EU는 회원국 광물이 IRA의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미국과 핵심광물클럽을 새로 만들고 있다.

문제는 우리 기업이다. IRA 시행으로 인한 국내 기업들 피해 해결책도 아직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 바이든이 국정 연설에서 밝힌 미국산 건설자재 규제도 국내 수출기업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향후 연방이 지원하는 인프라뿐 아니라 민간건설 영역으로 바이 아메리칸이 확대될 경우 피해는 추산하기조차 어렵다. 미국에 연간 3000억원가량 광케이블을 수출하는 전선업계는 지금 비상이라고 한다. 철도, 건설장비 등의 업체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방침과 맞물려 특수를 기대했던 업계는 막막한 심정일 것이다.

미국 연방정부는 지난 2021년 향후 8년간 2조2500억달러(약 2836조원) 인프라 투자계획을 밝힌 바 있다. 수출에 목마른 우리 기업에는 놓칠 수 없는 프로젝트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돌파구를 찾아내야 한다.
미국 현지 건설업계도 비용 상승 등을 이유로 바이 아메리칸 규정에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여러 시나리오를 가정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응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
더불어 정부는 자국 기업을 우선하는 각국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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