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손님 하차 뒤 교통사로 사망
1심에서 무죄, 항소심은 택시 기사 책임 인정
1심에서 무죄, 항소심은 택시 기사 책임 인정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한밤중 자동차전용도로 갓길에 내려준 손님이 다른 차량에 치여 사망한 것과 관련해 택시기사가 1심의 무죄와 달리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부산고법 울산재판부 형사1부(박해빈 고법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택시기사 A씨에게 무죄이던 원심을 깨고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4월 밤 술에 취한 손님 B씨를 울산 한 자동차전용도로에 내려주고 가버려, B씨가 다른 차량에 치여 사망케 한 혐의로 기소됐다.
손님 B씨가 내린 도로는 구조상 사람이 도로 밖으로 나가기 쉽지 않고, 가로등이 없어 매우 어두운 상태였다.
검찰은 사고 가능성이 충분히 예견되는데도 A씨가 B씨를 내려준 책임이 있다며 유죄를 주장했으나 1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B씨 본인이 강하게 원해서 택시에서 내렸고, 당시 만취했다는 증거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보행자가 출입·통행할 수 없는 자동차전용도로에 A씨가 B씨를 내려 준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봤다.
또 술에 취한 승객이 정상적이지 않은 요구를 할 때는 받아들여서는 안 되며, 역시 술에 취한 승객이 하차했다면 상황을 살폈어야 했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택시기사는 승객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보호하고 안전 의무를 다해야 한다"라며 "승객이 술에 취해 비정상적으로 자동차전용도로에 내렸는데도 안전조치 없이 현장을 떠난 책임이 있다"라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앞서 1심은 택시기사 A씨가 손님이 세워 달라고 한 곳에 화물차가 있었고 손님이 화물차 기사인 줄 알았다며 혐의를 부인하자 이를 고려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고 당일 과음을 했다고 볼 수 없고, 택시 승차 당시의 영상에도 비틀거리거나 차선을 넘는 모습 없다"라며 "사고 장소는 평소 대형 화물차들이 상시 주차해 있어 피고인은 피해자가 화물차 기사인 줄 알았고, 거듭 내려 달라는 요구도 묵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피해자가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위태로운 상태가 아니라서 유기치사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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