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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지수 펀드서 40조원 이탈, 증시 전망 못 믿고 '각자도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13 15:33

수정 2023.02.13 15:33

올해 들어 약 6주동안 美 지수 펀드서 310억달러 빠져
해외 주식, 채권, 개별 종목 투자로 바뀌어...지수 추종 성향 줄어
금리 등 美 증시 전체 전망하기에는 불확실성 너무 많아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중개인들이 거래를 보고 있다.AFP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중개인들이 거래를 보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올해 미국 증시가 깜짝 호황을 거둔 가운데 증시를 추종하는 미국의 펀드에서 대량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시장에서는 비록 증시가 잠깐 오르긴 했지만 금리 등 불확실성으로 미 증시가 계속 성장한다는 보장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개별 주식 투자나 해외 주식, 채권 등 다양한 자산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미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 리퍼가 지난 8일까지 집계한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자료에 의하면 미국 증시의 주식형 뮤츄얼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지난 6주 동안 빠져나간 순유출액은 310억달러(약 39조5777억원)를 기록했다.
순유출이 이토록 오래 지속된 것은 지난해 여름 이후 처음이며 연초 이후 6주 동안 미국 주식 펀드에서 이정도 규모로 돈이 빠진 경우도 2016년 이후 처음이다.

빠져나간 돈들을 다양한 곳으로 흩어졌다. 같은 기간 국제 주식 펀드에 유입된 돈은 약 120억달러였으며 과세대상 채권을 다루는 채권 펀드에도 240억달러가 흘러들었다. 지방채 펀드에도 30억달러가 유입됐다.

전문가들은 올해 미 증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식었다고 분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올해 들어 지난주까지 6.5% 올랐으나 지난주에 상승세가 꺾여 1.1% 감소했다. 증시에서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상을 멈추고 시장에 돈이 다시 풀린다고 기대했다. 연준은 실제로 이달 1일 금리 인상폭을 지난해 12월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그러나 연준 인사들은 지난 3일 실업률이 54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가는 등 노동시장이 과열된 기미를 보이자 또다시 금리 인상설을 꺼내 시장에 불안을 안겼다. 미 시장조사업체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의 캐머런 브랜트 조사부문 이사는 “기회는 다른 곳에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자들은 지수에 기대는 대신 입맛에 따라 여러 자산에 손을 댔다. 우선 미국 주식보다 비교적 저렴해 보이는 해외 주식이 인기다. 미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의하면 앞으로 12개월 동안 S&P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8배로 예측됐다. 이는 주가가 1주당 순이익의 18배에 달한다는 의미다. 반면 범유럽 지수인 STOXX유럽600과 홍콩 항셍지수의 PER 예측치는 각각 13배, 10배로 미 주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돌아서는 투자자도 있다. 미국의 채권 가격은 지난해부터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최근 크게 내려간 상태였다. WSJ는 현재 블룸버그미국종합채권지수 수익률이 4.5%로 S&P500의 배당수익률(1.7%) 크게 웃돈다고 지적했다.

아예 더 큰 위험과 수익을 노리고 개별 주식에 진입하는 투자자도 있다. 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은행이 자사 고객들의 거래를 분석해 지난 7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고객들은 올해 들어 특정 종목을 따로 구입하기 위해 150억달러를 썼다. 반면 지수 전체에 투자하는 ETF에서 빠져나간 순유출액은 100억달러가 넘었다.

이에 대해 BoA의 질 캐리 홀 미 주식 전략가는 투자자들의 성향이 ETF처럼 지수를 따라 움직이는 투자보다 자신이 직접 종목을 고르는 투자로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자산운용사 스트라테가스의 토드 손 전략가는 “우리는 과거에 성장과 미국 주식에 무턱대고 베팅하느라 지수의 구조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투자자와 트레이더들은 지수를 따르기 보다는 가치 있는 종목을 골라내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WSJ는 단일 종목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 테슬라였다고 설명했다.
미 시장조사업체 반다리서치에 의하면 지난 몇 주 동안 개인 투자자들이 구입한 개별 종목 가운데 테슬라의 비중은 약 30%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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