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美 반도체법 ‘가드레일’ 대처, IRA 전철 답습 말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13 18:25

수정 2023.02.13 18:25

반도체 업계 설상가상 타격
민·관·정 한 몸 되어 대응해야
미국이 자국의 세제 혜택을 받는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지침을 곧 발표한다고 한다. 사진은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3에 참가한 웨이퍼 생산 및 공급기업 어드벤테크 관계자가 300mm 웨이퍼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미국이 자국의 세제 혜택을 받는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지침을 곧 발표한다고 한다. 사진은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3에 참가한 웨이퍼 생산 및 공급기업 어드벤테크 관계자가 300mm 웨이퍼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미국이 '반도체 및 과학법(반도체법)' 세부 지침을 조만간 공개할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대규모 보조금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내세울 '가드레일' 조항이다. 미국 정부로부터 세제혜택이나 보조금을 지원받은 기업은 10년간 중국의 첨단 반도체 시설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는 국내 기업들로서는 공장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와 연구개발(R&D) 시설을 구축할 계획인 SK하이닉스는 미국 반도체법에 따라 세제지원을 받는다.
동시에 가드레일 조항에 의해 중국 투자에 제약이 따른다. 삼성전자의 낸드 생산량 40%, SK하이닉스의 D램 생산량 50% 수준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을 만큼 우리 반도체의 중국 공장 생산비중은 크다. 신규 투자는 하지 않더라도 기존 공장을 유지하려면 장비 교체와 라인 전환이 필요한데 작은 문제가 아니다. 당장 큰 문제는 없다 하더라도 길게 보면 공장 가동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과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는 상대적 약소국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막강한 국력과 소비력, 노동력을 가진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에 주변국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강대국들의 자국 우선주의에 마땅한 대응방법이 없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세제혜택이 결코 공짜가 아님이 드러나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경기둔화와 그에 따른 수출 감소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런 마당에 미국의 가드레일 조항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러잖아도 힘든 반도체 업계를 짓누를 것이다. 반도체 업계의 사정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달 10일까지 무역적자가 176억달러를 넘어섰는데 주력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이달 들어 40.7% 감소했다고 13일 관세청이 밝히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늑장 대응으로 우리 자동차 업계도 몹시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반도체법마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최대한 시간을 끄는 게 최선일 수 있다. 1년 이상 기간의 유예를 요구하면서 향후 대책을 모색해 보는 것이다.

그 이상의 마땅한 대응방법이 없다고 마냥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기업은 기업대로 미국 정부기관에 합법적인 경로로 기업 사정을 어필해야 한다.
정부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하는 외교적 협상에 서둘러 나서야 할 것이다. 정치권 또한 IRA 협상 때와 마찬가지로 여야 대표단을 보내 미국 의회, 정부와 협의를 벌여 예외조치를 최대한 이끌어 내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
민·관·정이 한 몸이 되어도 모자랄 판인데 우리 정치권은 정쟁에만 빠져 있으니 국민들의 근심만 쌓여간다. 각국이 마치 전쟁을 벌이듯 경쟁하고 있는데 'K칩스법' 하나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