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정호 레인보우로보틱스 대표
국내 첫 이족 로봇 '휴보' 개발사
삼성전자 투자 받기 전부터 유명
국내 협동로봇 점유율 1,2위 다퉈
단순반복·위험 업무 인력난 해결
인건비 비싼 선진국서 시장성 충분
정부가 2000년대 초반 2조원대 예산을 투입해 로봇산업을 육성하려 했다. 하지만, 그 노력에 비해 성장은 미미했다. 로봇산업이 성장하기 위한 기술과 사회, 문화적 환경이 따라주지 못한 것이다. 20여년이 지난 현재 삼성을 비롯해 LG, 현대차 등 대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로봇'이 미래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로봇업계는 20여년간 혁신적 기술 변화는 없지만 로봇을 받아들일 만큼의 사회적 변화가 무르익었다는 평가다. 즉,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단순 반복 작업과 위험한 일을 대신할 대체재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국내 첫 이족 로봇 '휴보' 개발사
삼성전자 투자 받기 전부터 유명
국내 협동로봇 점유율 1,2위 다퉈
단순반복·위험 업무 인력난 해결
인건비 비싼 선진국서 시장성 충분
또 코로나 팬데믹도 로봇시장의 성장을 앞당기는데 일조했다. 특히, 현 정부가 지난해 로봇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한 것도 산업 진흥에 힘을 실어줬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기업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법령 개정을 통해 자율주행 로봇의 보도 통행 허용 등 규제 개선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치열한 글로벌 로봇시장에서 로봇코리아의 깃발을 꽂으려면 기업 경쟁력과 정부 지원은 필수요소다. 이에 국내 간판 로봇기업 대표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주소와 경쟁 전략들을 짚어보는 기획물을 마련했다.
"역설적이지만 우리가 크게 실패한 경험이 없다는게 가장 큰 위험요소다."
이정호 레인보우로보틱스(레인보우) 대표(사진)는 13일 대전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창업 이후 어려운 점을 이렇게 전했다. 이 대표는 "과거 상장 심사에서 떨어졌지만 큰 고비는 아니었다"고 했다. 레인보우는 삼성전자가 투자한 회사로 유명하다. 그 전에는 한국 최초 두발로 걷는 로봇 '휴보'를 개발한 회사로 이름을 알렸다.
레인보우는 창업 10년만인 2021년 2월 코스닥에 상장해 2021년 4·4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선 뒤 지난해에는 연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는 해외진출을 노리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새로운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프로젝트들로 바쁘게 돌아갈 상황이다.
■국내엔 적수가 없다
삼성전자는 올 초 레인보우에 투자 하면서 '로봇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기술고도화를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초일류, 초격차'를 내세우는 삼성전자가 매출액이 200억원도 안되는 작은 회사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아마도 우리가 로봇에 진심인 회사여서가 아닐까"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현대차가 보스톤다이내믹스를 인수했는데, 이에 대응해 이족보행, 사족보행 로봇기술을 갖고 있는 국내 기업은 우리 밖에 없어 결정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레인보우가 걸어온 길은 화려하다. 우선 지난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로보틱스 챌린지(DRC)' 대회에서 세계에서 내노라하는 여러 로봇들을 제치고 휴보가 1위를 차지했다.
또한 협동로봇 분야에선 2017년 개발에 착수해 2019년 출시, 국내 점유율 1~2위를 다투고 있다. 결정적으로 지금은 협동로봇을 핵심 사업으로 두고 있지만 추구하는 목표는 특정분야의 로봇이 아닌 종합로봇회사다.
이 대표는 "우리는 기계 기반의 회사이고 삼성은 전자 중심의 회사여서 협업에서 나오는 시너지 효과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양사가 협동로봇 관련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심도있게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휴보' 기술력으로 가격경쟁력 승부
레인보우가 국내 협동로봇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높일 수 있었던 비결은 '가격경쟁력'이다. 이 대표는 "로봇 매출에서 원가율은 50%가 조금 안된다"며 "우리는 100원어치를 팔면 50원을 남기지만 상당수 기업들은 100원에 팔아 14원을 남기는 게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가격경쟁력이면 대량 생산을 통해 단가를 낮추거나 중국산 저가 부품을 적용해 제품가를 낮추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레인보우는 지난 20년간 휴보를 만들면서 얻은 기술을 고스란히 협동로봇에 적용하고 있다.
레인보우는 지난해 매출이 135억원으로, 올해 2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북미와 유럽시장을 타깃으로 첫 해외진출도 준비중이다.
또 올해 실적 향상을 위해 사족보행 로봇과 자율주행 로봇을 출시할 예정이다. 사족보행 로봇은 바퀴달린 로봇이 다닐 수 없는 지역까지 이동하면서 감시나 정찰을 목적으로 군에 납품을 준비하고 있다. 또 자율주행 로봇은 음식점용 서빙 로봇을 필두로 제조유통 현장용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로봇이 획기적으로 발전된 부분은 없지만 워라벨을 찾는 사회 변화로 인해 로봇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단순 반복적인 일이나 위험한 일에는 인력난이 심각하다. 과거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채웠지만, 이제는 그들 마저도 구하기 힘들다. 그는 "사회적으로 자의든 타의든 로봇을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며 "인건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나라와 북미, 유럽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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