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스위니토드' 강필석을 만나다
[파이낸셜뉴스] 인터뷰는 바둑을 두는 것과 비슷하다. 얼굴을 마주하고 질문과 답을 주고 받다 보면 매개체인 '언어'에는 담겨 있지 않은 수많은 상대의 편린들이 이쪽으로 넘어온다. 가로 세로 각각 19줄로 이뤄진 바둑판 위에 흑돌과 백돌을 서로 두는 것만으로 상대방의 성격과 기질이 전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문화부기자로 공연을 더 재미있게 볼수 있는 한 가지 '경험칙'이 있다면 공연을 보기 전 배우 혹은 연출가와 인터뷰를 먼저 하는 것이다. 말을 나누고 그에 대해 조금 더 잘 알게 되면 그가 연기한 배역 혹은 그가 연출한 작품에 더 애정이 생기기 때문이다. 수많은 뮤지컬 팬들이 십만원이 넘는 큰 돈을 들여 일부러 공연장을 찾는 이유란 아마도 그 배우에 대한 애정이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관객평점 10점 만점에 10점? 배우를 만나고 싶어졌다
뮤지컬 '스위니토드'는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 전에 봤다. 작품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개인적인 취향과는 좀 맞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593명이 참가한 티켓링크 관객평점은 10점 만점에 10점, 1899명이 참가한 인터파크 평점은 9.6점으로 관객 반응은 뜨겁다.
스위니토드를 연기한 배우 강필석을 만났다. 한 시간 정도 말을 나눴다. 1978년생, 올해 마흔 중반인 그는 나이 만큼 성숙했지만, 그 안에 아직도 청년이 그대로 있는듯 보였다. 팬들 사이에서 그의 별명이 '요정'과 '어르신'을 합친 '요르신'인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말 속에는 담기지 않은 그를 조금 더 많이 끌어내보고 싶었지만 1시간은 좀 짧았다.
그는 스위니토드에 대해 "17년 전 관객으로 처음 봤을 때도, 이번에 주연으로 연기를 하면서도 너무 재미있고 흥미로운 작품"이라며 "관객들 역시 작품을 보고 '죽인다'고 말해준다"고 했다. 2회차 관람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의 입으로 듣는 '스위니토드 이야기'
강필석은 '스위니토드'에서 이발 가위로 연쇄 살인을 벌이는 살인마 역할을 맡았다.
아래는 질의응답 정리.
▲요즘 MZ세대는 MBTI를 묻더라.
-INFP다.
▲배우를 선택한 이유.
-누나가 연극을 했다. 나서기를 좋아하는 성격은 아닌데 고3때 누나의 제안으로 처음 시작했다. 대학교 진학을 목표로 수업을 듣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들어갔다. 당시에는 연기 경험이 있는 친구보다 백지 같이 깨끗한 사람을 뽑았던 거 같다.
▲본인을 수식하는 말, 별명 중 가장 선호하는 것은?
-데뷔하고 얼마 안 돼서 '요르신'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요정'과 '어르신'을 합친 말인데 오래됐다. 왜 그렇게 불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좋다.
▲최근에 본 재미있는 작품은?
-'오퍼'라는 작품이다. 영화 '대부'를 만들때 제작자와 프로듀서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오퍼'를 보고 대부를 오랜만에 다시 봤다. 어렸을 때 봤을 때와 느낌이 전혀 달랐다. 배우들의 연기도 그렇고 클래식이라는 느낌이 들었다.한편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배우들은 연기만 하면 되지만 제작자는 수많은 말 못할 상황들을 겪고 있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코로나19로 쉴 때는 무엇을 했나?
-연기 일을 쉰 적이 없어서 휴식이 주어졌는데 막상 뭘 해야 하나 고민했다. 기타도 배우고, 골프도 시작하고 여러가지 했다. (공연이 끝나고) 앞으로 뉴욕에서 '스위니토드'를 하면 다시 보러 갈 계획이다.
▲강필석의 인생캐는?
스위니토드다. 얼마 전에 했던 '햄릿'과 아주 오랜시간 해왔던 번지점프를 하다의 '인우'도 있다. 번지점프를 하다는 오랜시간 동안 작품의 제작 과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스위니토드의 매력은?
2006년 첫 내한 공연때 관객으로 처음 봤다. 작품의 매력을 콕 찝어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너무 재미있게 봤다.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도 이야기가 흥미롭고 단 한순간도 긴장을 늦추는 순간이 없다. 40~50년이나 지난 작품이지만 그때 당시 이런 작품을 썼다는 것에 대해 충격을 느낄 정도로 빈틈이 없고 잘 짜여져 있다.
▲상대역 러빗 부인을 연기한 배우들과의 케미스트리는?
-전미도는 무대 쪽에서 워낙 유명했고 잘하는 배우였다. 초연 당시에도 잘했지만 지금은 더 잘한다. 기본적으로 연극성이 강한 배우다. 작품의 흐름 안에서 기가 막히게 필요한 것들을 적재 적소에 하는 영리한 배우다. 김지현은 화술이 뛰어난 배우다. 같은 대사라도 말들이 주는 맛과 느낌을 잘 살린다. 기본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내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능청스럽게 에너지를 잘 표현한다. 린아는 본능적으로 잘하는 배우다. 기본적으로 노래도 잘하고, 에너지가 대단하다. 작은 몸에서 에너지가 넘쳐나서 무대에서 깜짝깜짝 놀라기도 한다.
▲스위니토드 역의 다른 배우들은?
신성록은 일단 비주얼이 깡패다. 큰 키에서 오는 느낌이 좋다. 가지고 있는 보이스 컬러도 너무 좋다. 때로는 개구장이 같지만 때로는 진지한 모습이 역할과 잘 어울린다. 이규형은 이번에 처음 같이 작업해 봤다. 센스가 엄청 빠르고 뛰어나다. 같은 상황이라도 변화를 주거나, 굉장히 강한 스위니토드 캐릭터라도 사랑스럽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배우와 연출가의 역할 중요도는?
연출가의 역할이 8이라면 배우는 2정도 되는 거 같다. 배우가 작은 부분을 풍부하게 채워주는 역할이라면 연출은 큰 뼈대를 만드는 작업이다. 아무리 좋은 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해도 맛있는 요리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대본, 좋은 배우와 함께 좋은 연출이 필요하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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